초속 10m 강풍 타고 동해안 민가 위협
육군 전투물자 이송ㆍ어선도 긴급 대피
산림당국 “장비 총동원 불과의 사투”
28일 오전 강원 고성군 간성읍 탑동리에서 발생한 산불이 강한 바람을 타고 축구장 면적(7,140㎡)의 56개에 달하는 산림 40㏊와 주택과 교회 등 건물 16채를 집어 삼켰다.
이날 오전 6시22분쯤 해발 200m 야산에서 발화한 불은 초속 10m가 넘는 양간지풍(襄杆之風ㆍ산악지대에서 국지적으로 부는 강한 바람)의 도움을 받아 고성군 환경자원사업소를 폐허로 만든 뒤, 죽왕면 가진리와 공현진리 등 동해안쪽으로 순식간에 번져나갔다. 당시 고성군에는 강풍주의보와 건조주의보가 내려져 있었다.
불길이 코 앞까지 다가오자 이날 오전 7시54분쯤 가진리 주민 445명이 공현진초교와 간성종합운동장 내 생활체육관으로 긴급 대피했다. 이하명(70) 가진리 이장은 “간성읍에서 시작된 불이 바닷가 쪽으로 눈깜짝할 사이에 옮겨 붙어 직접 마을을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주민대피를 유도했다”며 “주민들이 소지품도 챙기지 못하고 몸만 빠져 나왔다”고 놀란 가슴을 쓸어 내렸다.
주민들은 지난 1996년과 2000년 4월 죽왕면과 현내면 일대 산림 6,400여㏊를 초토화시킨 대형산불의 악몽이 재현되는 것은 아닌지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정모(65)씨는 “동해안에는 봄 바람이 거세 초기에 불길을 잡지 못하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된다”며 “큰 피해가 없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강풍을 타고 널뛰는 불은 군 시설과 어선들도 위협했다. 이날 오전 산불이 부대 인근까지 번지자 육군 22보병사단 직할 공병대 장병들이 장비와 탄약, 유류 등을 안전지대로 긴급 이송했다. 속초해경은 이날 낮 12시50분쯤 가진항에 정박 중인 25척을 해상으로 대피시켰다. 한때 공현진 육교~간성읍 구간이 연기로 뒤덮여 교통이 전면 통제되기도 했다.
산림당국은 헬기 40대와 인력 3,180여명을 투입해 불과의 사투를 벌였다. 소방당국도 서울시와 경기도 등 전국 시도에서 진화차와 물탱크를 지원 받아 민가 방어선을 치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고성=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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