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경순 한국IBM 전무
“다양한 업종서 블록체인 형성
궁극적으로 큰 네트워크 열려”

”암호화폐의 부정적인 이미지가 너무 강해, 블록체인의 잠재력과 가치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
’제2의 인터넷’으로 불리는 블록체인은 암호화폐처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퍼블릭 블록체인’과 권한을 가진 이들로 참여자가 국한된 ‘프라이빗 블록체인’으로 구분된다. 프라이빗 블록체인은 비즈니스에 적합해 전 세계 기업들이 앞다퉈 도입 중이고, 이중 앞서가고 있는 것이 IBM의 ‘하이퍼레저 패브릭(Hyperledger Fabric)’ 플랫폼이다.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IFC 빌딩 내 사무실에서 만난 한국IBM 최고기술경영자(CTO) 엄경순 전무는 “블록체인의 핵심은 신뢰성 및 투명성을 높이고 비용과 복잡성을 줄이는 ‘거래의 변화’이고, 이런 변화가 인간의 삶을 바꿀 수 있다는 게 진정한 의미”라고 강조했다.
IBM은 암호화폐 열풍이 불기 전인 2014년 말부터 컴퓨터와 컴퓨터 간 연결(P2P)이란 측면에서 블록체인을 검증하기 시작했다. 이듬해 리눅스재단의 하이퍼레저 프로젝트에 창립멤버로 참여해 블록체인 기술 관련 코드 4만개를 기부했다. 이것이 오픈 소스 블록체인 플랫폼 하이퍼레저 패브릭의 기반이다.

하이퍼레저 프로젝트에는 전 세계 200개 이상의 회원사가 참여 중이라 회원사가 150개 정도인 이더리움 기반 블록체인 컨소시엄(EEA), 50개 수준인 글로벌 은행 컨소시엄(R3CEV)보다 규모가 큰 ‘블록체인 생태계’를 구축했다. 엄 전무는 “2014년 한국 기업이 P2P 기술 연구를 의뢰한 게 계기가 돼, 본사와 한국IBM이 초기부터 연구를 같이 진행했다”고 말했다.
최근 몇 년간 프라이빗 블록체인에 집중한 엄 전무는 “국내는 파일럿 프로젝트로 넘어가는 단계이지만, 해외에서는 이미 블록체인 플랫폼을 실제 비즈니스에 적용 중”이라며 “다양한 업종의 사업자들이 프라이빗 블록체인을 형성하고, 궁극적으로는 각각의 블록체인들이 연결되는 보다 큰 네트워크가 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엄 전무는 프라이빗 블록체인은 기업이 자기 사업에 집중할수록 더 확대되는 시스템이라고 말한다. 그는 “기업은 채굴하지 않아도 계속 가치를 창출한다”며 “더 많은 참여를 위해 ‘채굴’을 통해 코인이란 보상을 제공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제삼자를 거치지 않고 당사자끼리 직접 거래가 가능한 게 블록체인이지만 플랫폼을 구축하고 유지ㆍ관리하는 역할은 필요하다. 이른바 ‘리딩 블록’이나 ‘거버닝 블록’이다. 엄 전무는 “전 세계적으로 금융기관들이 블록체인 플랫폼 도입에 앞장서는 것은 곧 다가올 블록체인 시대에서 거래 중개자가 아니라 리딩 블록의 위치를 확보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1990년 한국IBM에 입사해 기술 분야에서만 근무한 엄 전무는 지난해 1월 한국IBM 50년 역사상 두 번째 여성 CTO가 됐다. 국내 대기업 CTO 100여 명이 회원인 ‘CTO 클럽’에서도 유일한 여성이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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