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보고 오전 10시 아닌 10시19~20분
구조 골든타임 10시17분 이미 지나
최 제안으로 대통령 중대본 방문 결정
조작 지휘한 김기춘ㆍ김장수ㆍ김관진 기소
2014년 4월 16일 세월호가 가라앉던 날,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7시간 행적을 둘러싼 수수께끼 일부가 검찰 수사로 밝혀졌다. 대통령에 대한 상황보고 및 지시 지연을 은폐하기 위해 당시 청와대는 세월호 관련 자료를 광범위하게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일 오전 관저 침실에 머물던 박 전 대통령은 승객 구조가 불가능한 선체 전복 이후 첫 상황 보고를 받았으며, 당일 오후에는 청와대에서 비선실세 최순실과 함께 세월호 사고 대응을 논의했던 사실도 확인됐다.
28일 검찰의 세월호 사고 보고 조작 수사결과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 청와대는 박 전 대통령이 참사 당일 오전 10시에 첫 보고를 받았다고 발표했지만, 검찰 조사 결과 첫 보고는 10시19~20분 사이에 이루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선체가 옆으로 기울어 전복됐던 10시17분을 지난 시간이다. 이른바 ‘구조 골든타임’이 지날 때까지, 대통령에게 첫 상황보고조차 하지 못했던 셈이다. 세월호가 전복됐을 때 박 전 대통령은 관저 침실에 있었다.
보고 횟수도 사후조작됐다. 청와대는 참사 당일 박 전 대통령에게 오후와 저녁에 각각 한 차례씩 보고를 했음에도, 당시 “실시간으로 20~30분 간격으로 11회 보고했다”고 거짓말을 했다. 김장수 당시 국가안보실장에게 전화로 이루어진 박 전 대통령의 구조지시 시간도 오전 10시22분이지만, 10시15분으로 조작됐다. 검찰 관계자는 “당시 청와대가 구조 골든타임인 10시17분 전에 대통령 보고와 지시가 이뤄진 것처럼 가장할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참사 당일 관저에 출입한 외부인은 간호장교와 미용사밖에 없었다”던 발표 역시 거짓으로 확인됐다. 검찰에 따르면 최순실씨는 당일 오후 2시 15분 이영선 행정관이 운전하는 승용차를 타고 청와대 검색 절차 없이 관저를 방문해 박 전 대통령, 문고리 3인방(정호성ㆍ이재만ㆍ안봉근 비서관)과 함께 사고 대응방안을 논의했고, 이 자리에서 최씨의 제안대로 대통령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를 방문하는 것으로 결정이 났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신자용)는 세월호 보고 시간 등을 조작해 국회 등에 보고한 혐의(허위공문서 행사죄)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김장수 전 국가안보실장 등 박근혜 정부 청와대 고위 간부들을 재판에 넘겼다.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은 ‘국가안보실이 재난의 컨트롤타워’라는 대통령 훈령을 무단 삭제한 혐의(공용서류손상죄)로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또 해외도피 중인 김규현 전 국가안보실 제1차장에 대해서는 기소중지하고 인터폴 적색수배 및 여권 무효화 등의 조치를 내렸다.
이영창 기자 anti09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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