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관객을 발굴하자”
최근 마케팅 수단으로 안착
정상가 절반으로 대폭 할인
현대홈쇼핑 ‘시카고’ 완판
“난 누구의 여자도 아냐 내 인생을 사랑해.” 뮤지컬배우 최정원이 뮤지컬 ‘시카고’의 유명 넘버인 ‘올댓재즈’를 열정적으로 노래한다. 공연장이려니 생각할 수 있지만 장소는 의외의 곳. 지난 10일 오전 1시, 그는 현대홈쇼핑 방송에서 무대를 꾸몄다. 최정원뿐만 아니라 동료 배우 아이비와 남경주도 함께 뮤지컬 넘버를 시연했다. 배우들이 직접 홈쇼핑에 나와 작품 이야기를 풀어 놓으며 티켓을 판매에 나선 것. 5월 22일 개막하는 뮤지컬 ‘시카고’ 예매권(50% 할인)은 이날 방송에서 총 7,200장이 팔렸다. VIP석(정가 14만원)은 10분만에, R석(정가 12만원)은 45분 만에 매진됐다.
2주 뒤인 25일 오전 1시, 이번엔 뮤지컬 ‘닥터지바고’의 공연 실황이 홈쇼핑 방송에 등장했다. 쇼호스트와 함께 작품을 소개한 이는 뮤지컬배우 서영주였다. 이날 롯데홈쇼핑에서 판매된 ‘닥터지바고’ 티켓은 5,200장을 넘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뮤지컬 티켓의 홈쇼핑 판매는 이색 홍보에 불과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분위기가 급변하고 있다. 홈쇼핑이 뮤지컬 마케팅의 주요 수단으로 자리잡을 조짐이다. 잠재적 관객을 찾는 뮤지컬 제작사와 새로운 콘텐츠 발굴을 원하는 홈쇼핑 방송의 이해가 맞아떨어지면서 빚어진 현상이다.
홈쇼핑의 문화콘텐츠 판매는 최근 들어 두드러지고 있다. 2016년 공연제작사 라이브가 뮤지컬 ‘마이 버킷리스트’ 티켓을 홈쇼핑으로 판매했다. 2015년 가수 루시드폴의 앨범과, 그가 제주에서 수확한 감귤을 묶어서 판매한 CJ오쇼핑의 방송은 지금도 회자될 정도로 화제를 모았다. 홈쇼핑과 문화콘텐츠의 접목 가능성을 본 롯데홈쇼핑은 아예 문화콘텐츠 전문으로 ‘엘스테이지’라는 코너를 선보였다. ‘엘스테이지’는 지난해 말 뮤지컬 ‘타이타닉’ 티켓 판매로 출범을 알렸고, 4,200장의 티켓 판매고를 올렸다.
홈쇼핑에서 뮤지컬 티켓은 정상가의 50% 가격에 판매된다. 뮤지컬 제작사는 티켓 판매 수익을 더 올리겠다는 생각으로 홈쇼핑을 찾지 않는다. 뮤지컬 마니아가 아닌 대중들에게 작품을 더 알리고 새로운 관객을 공연장으로 불러오는 효과를 기대한다. 뮤지컬 ‘시카고’의 제작사인 신시컴퍼니 관계자는 “홈쇼핑이 아니어도 티켓은 매진될 만큼 인기 있는 작품이지만, 새로운 관객을 만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 홈쇼핑 방송을 진행했다”며 “홈쇼핑은 오히려 광고 홍보비를 지출하는 마케팅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뮤지컬 무대에 오르는 배우들이 홈쇼핑 방송에 출연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에서다. 뮤지컬 제작사들은 방송 중 여러 이벤트도 함께 해 대중의 눈길을 잡으려 한다. ‘닥터지바고’ 방송 때는 시중에서 구할 수 없는 ‘닥터지바고’ 한국어판 OST앨범을 특별 제작해 구매자에게 증정했다.
이색 콘텐츠를 통해 고객 확보에 나서려는 홈쇼핑 업계에 뮤지컬은 짤짭한 수익원이다. 현대홈쇼핑과 롯데홈쇼핑에 따르면 ‘시카고’와 ‘닥터지바고’ 티켓 판매 금액은 각각 4억3,000만원, 3억5,000만원에 달한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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