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러시아가 국제사회의 인권감시 수준을 낮추려고 유엔 관련 부서 예산을 고의로 삭감, 비난을 사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두 나라가 유엔의 인권 보호 활동을 약화시키기 위해 로비를 하고 있다고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가디언은 복수의 활동가와 외교관들의 증언을 통해 중ㆍ러가 인권 감시 및 인권 업무 전담 고위급 인사에 대한 예산 삭감을 주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표사례가 유엔 제5위원회에 대한 압박이다. 이 위원회는 유엔의 행정과 예산을 담당하는 곳인데, 미국에 이어 유엔 분담금이 두 번째로 많은 중국이 인권 분야에 대한 예산 축소를 요구하고 있다. 유럽위원회 유엔 전문가 리처드 고완은 “중국은 유엔 인권 활동을 되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유엔 포럼에서 개인의 권리보다 ‘조화’를 강조하며 자신만의 의제를 밀어붙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두 나라의 집요한 시도로 실제로 유엔의 인권 관련 활동도 위축되고 있다. 유엔은 2009년 스리랑카에서 발생한 대규모 학살 등에 대한 적절한 경보 조치를 하지 못했다는 인식 아래 2014년 ‘유엔 인권 최우선 이니셔티브’를 설립했지만 제대로 가동되지 않고 있다. 관련 업무를 위해 고위 관리를 임명했는데도, 중국과 러시아의 로비 때문에 활동 예산이 대폭 삭감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해당 직위에 부과된 인권 업무는 다른 우선순위를 가진 타 부서로 이관될 예정이다.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실 기금도 2억700만달러(2015~2016년 기준)에서 1억9,050만달러(2016~2017년 기준)로 줄었다. 제이드 라드 알 후세인 고등판무관은 “인권 보호를 위한 국제적인 지지가 부족하다”며 “이 직위를 유지할 수 없어 올해 사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근 제이드 판무관은 시리아 민간인에 대해 유엔 안보리에서 연설을 할 예정이었지만 러시아의 방해로 무산되기도 했다. 당시 러시아는 해당 포럼이 인권을 논의하기 적합한 자리가 아니라는 이유로 절차적 투표를 요구했다.
유엔 외교관들도 같은 증언을 내놓고 있다. 루이스 차보노 유엔 인권감시 국장은 “제5위원회는 인권을 위한 전쟁터가 되었다”며 “러시아와 중국을 비롯한 일부 국가들이 인권과 관련된 것들에 전쟁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차보노는 “유엔 안보리에서 인권문제에 대한 사업을 결의한다고 해도, 러시아와 중국이 관련 재원을 고갈시켜 결국 사업을 무산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유엔 주재 서방 외교관도 “중국 발언권이 강해지면서 유엔에서 인권이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중국은 유엔 안건에서 표결에 이기기 위해 개발도상국에 대한 막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한솔 인턴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