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신고한 뒤 억대 보험 가입
日 신혼여행 중 아내에
니코틴 원액 주사로 주입 살해
2016년엔 여친에 니코틴 음료수
유사 범행 시도 전력도 드러나
2년전 ‘남양주 살인’과 닮은꼴
보험금을 타내려고 신혼여행지에서 니코틴 원액을 주입해 어린 아내를 살해한 20대가 경찰에 붙잡혔다. 이 남성은 아내를 살해하기 전에도 같은 수법으로 여자친구를 살해하려 한 것으로 드러났다.
세종경찰서는 니코틴 원액을 이용해 부인을 살해하고 여자친구를 살해하려 한 혐의(살인 및 살인 미수 등)로 A(22)씨를 구속했다고 28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4월 25일 신혼여행을 간 일본 오사카 숙소에서 미리 준비한 니코틴 원액을 주사기로 주입해 부인(19)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범행 11일 전에 아내와의 혼인신고를 마치고, 신혼여행을 가기 전 1억5,000만원을 타낼 수 있는 보험에 가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씨가 이 보험금을 노리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A씨는 당시 범행 이후 일본 현지 경찰에 부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처럼 신고했으며, 유족과 상의해 일본 현지에서 시신을 화장하고 장례까지 치렀다.
완전범죄로 끝날 것 같았던 이 사건은 A씨의 사망 원인이 니코틴 중독이라는 일본 측 부검자료가 나오면서 새로운 양상으로 전개됐다. 경찰이 인터폴과 국제형사사법공조를 통해 일본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A씨 아내의 몸에서 다량의 혈중 니코틴(3.1㎎/L)이 검출됐다. 니코틴의 치사량은 3.7㎎/L 이상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보다 적은 양을 투입해도 사망할 수 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은 니코틴 원액이 수용성인 만큼 A씨 아내에게 실제 투여된 양은 더 많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이를 토대로 계획적인 살인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진행, 압수수색을 통해 A씨의 집 등에서 살인 계획이 담긴 일기장을 찾아냈다.
A씨는 니코틴을 아내에게 주사기로 주입했다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아내가 자살하려고 해 니코틴을 주입하게 도와준 것일 뿐 보험금을 노려 죽이려고 한 것은 아니다”라고 살인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경찰은 A씨가 예전에도 니코틴을 이용, 다른 여성을 살해하려 한 전력이 있어 계획적인 범행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진행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2016년 12월 20일 일본 오사카에서 당시 친구이던 B(22ㆍ여)씨에게 니코틴 원액을 섞은 음료수를 마시게 해 살해하려 했으나 B씨는 ‘타는 듯한 느낌이 들고, 맛이 이상하다’며 음료수를 더는 마시지 않아 목숨을 건진 것으로 알려졌다.
A씨가 범행에 사용한 니코틴 원액은 자신이 ‘전자 담배를 피우는데 필요하다’며 B씨에게 부탁해 해외 사이트에서 구매(10㎖짜리 2병)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관계자는 “자칫 피해자의 자살로 억울하게 묻힐 뻔한 사건이었는데 사건을 이상하게 여긴 보험회사 측의 제보와 끈질긴 수사로 사건을 해결해 추가 범행도 차단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국내 니코틴 원액 살인 사건은 이번이 두 번째다. 첫 번째 사건은 2016년 4월 경기 남양주에서 발생했다. 당시 담배를 전혀 피우지 않는 5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는데, 부검 결과 치사량을 넘는 니코틴과 수면제 성분이 검출됐다. 경찰 수사 결과 아내가 재산을 노리고 내연남과 계획해 수면제 성분의 졸피뎀에 니코틴 원액을 섞어 남편을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계속 범행을 부인하고 있지만,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다.
세종=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