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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그래도 설레는 첫 사랑의 Z, 닛산 370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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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그래도 설레는 첫 사랑의 Z, 닛산 370Z

입력
2018.03.28 0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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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산 370Z를 만났다. 잊고 있던 첫 사랑을 만난 것 같은 감정이 느껴졌다.
닛산 370Z를 만났다. 잊고 있던 첫 사랑을 만난 것 같은 감정이 느껴졌다.

닛산 370Z...

조금 더 빨랐으면 좋겠고, 시트도 조금 더 편했으면 좋겠어. 그리고 더 넓으면 좋겠고, 게다가 왜 이런 기능은 또 없는 거야? 인포테인먼트 시스템도 부족하고, 확실히 옛날 차량이라는 게 명확해.

시승을 하는 입장으로 차량을 살펴보며 불평을 늘어놓았다.

아무리 닛산의 스포츠 쿠페, 그리고 Z의 계보를 잇는 존재라고는 하지만 370Z를 2018년에 평가를 하기란 참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지난 2008년 12월 일본을 시작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첫 데뷔한 현행의 Z, 370Z(Z34)는 어느새 ‘강산이 변할 10년 동안’ 꾸준히 이어진 닛산의 스포츠 쿠페는 확실히 과거의 것이었기 때문이다.

대시보드의 구성이나 소재의 만족감은 사실 최신의 차량과 비교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개인적으로 차기 Z가 빨리 데뷔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도어를 열어보니 텔레스코픽도 제대로 지원되지 않는 스티어링 휠과 수동 틸팅의 불편함...

그래도 "이 차는 Z잖아!"라며 스스로 위안을 하고 오렌지 컬러의 시트에 몸을 맡기고 시트를 조절한 했지만 여전히 투덜거렸다. 시트의 높이는 수동으로 조절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퉁명스럽게 370Z의 시동을 걸었다.

우연히 재회한 첫 사랑

최고 출력 333마력과 37.0kg.m의 솔직하고도 매력적인 출력을 내는 V6 3.7L 엔진이 묵직한 무게감을 과시하며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닛산을 대표하고 또 시대를 풍미했던 엔진은 여전히 강렬한 존재감을 과시했다. 엑셀레이터 페달을 살짝 밟았다. 보닛과 윈드쉴드 너머로 그리고 등 뒤에서 제법 저릿한 사운드가 전해진다.

그리고 잠깐, 갑자기 뭐라 표현하기 어려운 울컥함이 이어진다. 마치 우연히 재회한 첫 사랑을 만난 것처럼 과거에 그렇게 열광하고 수 없이 중고차 사이트를 찾아봤던 그 370Z를 온전히 느끼게 된 것이다.

370Z는 V6 3.7L 엔진이 내지르는 333마력과 37.0kg.m의 토크를 7단 자동 변속기를 거쳐 후륜으로 전한다.

다운사이징의 시대가 절정에 이르며 고출력 터보 엔진이 흔한 지금의 기준으로는 분명 투박한 구성이지만 이를 통해 정지 상태에서 단 5.3초 만에 시속 100km까지 주파하는 강렬함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명성이 높은 일본의 Z 계보를 잇는 차량인 만큼 10대 후반, 그리고 20대 초반의 기자가 가장 탐내던 차량 중 하나다.

370Z에 대한 탐욕은 몇 년 전까지도 이어졌다. 물론 당시 기자는 캐딜락이나 로터리 엔진을 품은 마쯔다를 사랑했지만 그 두 차량들은 다소 현실적이지 못했다. 이에 대체자로 떠오른 것이 바로 이 370Z다. 실제로 친한 카레이서 한 명이 소유하고 있던 370Z를 중고로 가져오려 할 정도로 370Z 구매를 알아보기도 했다.

만약 그 때 이 370Z를 샀더라면 지금쯤 ‘카푸어’가 무엇인지 제대로 느꼈겠지만 말이다.

370Z를 앞에 두고 회상이 너무 길었다.

도심에서는 흐름에 맞춰서 주행을 했고 신호에 걸릴 때마다 이곳저곳을 살펴봤지만 뻥 뚫린 도로에서는 기어 레버를 왼쪽으로 '툭'치고 왼손 중지로 패들쉬프트를 당긴후 엑셀레이터 페달을 밟았다. '가르릉'하는 숨을 토해내며 자연흡기 엔진 특유의 꾸준하고 경쾌한 반응이 돋보인다. 그리고 곧바로 폭발적인 출력이 이어지며 몸을 오렌지 시트로 파 묻는다. 조금 전까지 실내가 어떻고 기능이 어떻다던 그 생각은 머리 속에서 사라진다. 맹렬히 회전하는 V6 엔진과함께 배기구를 통해 토해내는 출력과 사운드에 집중하게 된다.

솔직히 말해 370Z가 퓨어한 존재는 아닐 것이다. 그리고 그런 표현을 쓰기엔 로터스의 눈길이 여간 신경 쓰인다. 하지만 어쩌면 그렇게 전자장비가 풍부한 지금 이 시대에는 이 정도로 충분히 원초적이고 퓨어한 존재라고 말해도 될 것 같다. 과거의 것이라는 걸 부인할 수 없지만 ‘진공관 앰프’의 사운드를 찾는 사람들처럼 370Z의 그 감성에 미소를 지을 수 밖에 없었다.

RPM이 충분히 오르고 패들 쉬프트 레버를 당겨 변속을 했다. 그리고 잠시 후에는 코너 진입을 앞두고 힘차게 브레이크 페달을 밟고 기어를 낮췄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놈의 7단 자동 변속기를 처음 느꼈을 때에는 아쉬움이 많았다. 변속 반응이나 변속 속도도 조금은 늦고, 또 강렬한 맛도 약한 부분이 있다.

하지만 지금의 7단 변속기는 상당히 매력적으로 변했다. 하드웨어 적인 한계로 인해 압도적인 속도와 반응성을 보이는 건 아니지만 충분히 스포츠 쿠페에 걸맞은 모습이며 다운 쉬프팅 시에는 레브 매칭과 맹렬히 상승한 RPM으로 울려 퍼지는 배기음으로 운전자를 감화시킨다. 어쩌면 기자가 울컥하게 된 가장 큰 이유가 이것일 것이다.

잠시 차량을 세우자 센터페이사의 모습이 이제 눈에 들어온다. 초기 모델과 달리 센터페시아를 비우고 아날로그스러운 오디오가 탑재된 것을 볼 수 있다. 어떻게 설명하더라도 긍정적일 수 없는 부분이다. 다만 대시보드 상단에 위치한 게이지와 시계는 차량이 가진 아이덴티티를 정말 제대로 드러낸 부분이라 할 수 있겠다.

여전히 매력적인 실루엣의 스포츠 쿠페

370Z의 디자인은 참 미묘하다. 10년 전에도 미묘했지만 지금도 여전히 미묘하다. 그리고 그 미묘함은 기자에겐 매력으로 느껴진다. 닛산 고유의 부레랑 실루엣이 적용된 전면 디자인이나 패스트백 스타일의 쿠페 실루엣을 과시하는 측면, 그리고 다시 한 번 닛산의 부메랑 실루엣을 과시한 후면 디자인은 클래식한 스포츠 쿠페의 감성과 조금 이르지만 현재를 겪은 닛산의 감성을 그대로 전하는 모습이다.

참고로 370Z의 전장은 4,250mm에 불과하며 전폭과 전고는 각각 1,845mm와 1,315mm이다. 휠 베이스는 2,550mm으로 활기찬 운동성과 스포츠 쿠페의 이미지를 완성하며 공차 중량은 1,545kg이다. 370Z의 휠과 타이어는 전륜이 225/50R18, 후륜은 245/45R18 규격이며 타이어는 요코하마 어드반 스포츠가 탑재됐다.

물론 이런 클래식함은 불편함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강점도 명확하다.

실제 370Z의 오렌지 컬러 시트는 일부 수동 조작을 요하지만 착좌감도 우수한 편이고 전체적으로 스포츠카의 성향에 어울리는 홀딩력을 가지고 있다. 물론 공간 자체는 썩 여유롭지는 않지만 적어도 키 180cm이 넘는 운전자라도 만족스러운 포지션을 확보할 수 있다. 포지션 대비 대시보드의 높이가 다소 높은 느낌이 들지만 스포츠카 특유의 느낌을 선사하기엔 탁월하다.

트렁크 공간은 무언가를 적재한다는 느낌보다는 ‘올려둔다’ 혹은 ‘보관한다’ 정도의 개념이다. 패스트백 스타일로 처리된 루프 라인 때문에 적재 공간의 짐이 앞좌석으로 넘어올 우려가 있는 만큼 러기지 스크린을 마련해둔 센스가 돋보인다.

농익은 경험이 느껴지는 370Z의 움직임

다시 속도를 높였다. 결국 370Z는 드라이빙이 무기이며 드라이빙으로 자신의 가치를 알릴 뿐이다.

그래서 포르쉐를 언급하게 된다. 사실 기자는 최근 911 카레라 4 GTS를 탔는데 그에 비해 미국 시장을 고려해 개발된 370Z는 확실히 편안함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는 모습이다. 본래 Z가 추구하고자 하는 ‘미국 시장을 타겟으로 개발된 GT 지향의 스포츠 쿠페가 추구할 기본적인 성향’을 담아냈다.

사실 그 일말의 편안함 덕에 미국 내에서 370Z는 GT 계열의 차량으로 분류되는 경우가 있을 정도다. 하지만 그렇다고 운전자를 나약하게, 그리고 이완시키지 않는다. 실제 스티어링 휠의 반응은 경쾌하고 날카롭게 서 있기 때문에 그 어떤 코너에서도 공격적인 진입이 가능하다. 이러한 성격 덕에 370Z는 일상부터 서킷까지 모두 자신의 무대로 만들어 낸다.

정통 일본 스포츠카와는 다른 370Z

370Z는 일본 스포츠카다. 하지만 정통 일본 스포츠카라 말하긴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이 존재를 토요타 86이나 마쯔다 MX-5, 혼다 S2000 등과 같은 맥락으로 두고 평가하거나 비교를 하는 건 다소 무리가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미국 시장을 타겟으로 개발된 GT 지향의 스포츠 쿠페가 추구할 기본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통 일본 스포츠카를 원하는 이들에게는 다소 외면 받을 존재일 수 있고 또 혹자는 조금 더 견고하게 잡아주는 서스펜션의 셋업을 원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만이 진정한 정답은 아닐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이 모든 것을 결 것 수 있는 마법의 주문은 아니며 그러지 않아도 370Z는 충분히 두근거리는 주행을 선사하며 자신의 매력을 과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역사 속에서 부활했던 350Z(Z33)는 유럽 스포츠카를 의식했었는지 지나칠 정도로 견고함을 추구하며 무겁고, 둔한 존재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370Z는 나름대로의 방향성을 가지고 있는 차량이다.

350Z에서 선보인 대배기량 엔진은 그대로지만 이는 어느새 닛산의 가장 큰 무기이며 350Z에 비한다면 정말 많은 것을 덜어내며 ‘미국 물 조금 먹은 스포츠카’의 스타일링을 완성했다. 80~90년대 경량화를 추구하며 유니크한 매력을 뽐냈던 일본 스포츠카의 맛은 아니지만 21세기를 위한 Z 이에는 분명한 것이다.

좋은점: V6 엔진이 만드는 원초적인 드라이빙의 매력

아쉬운점: 아쉬운 편의사양과 센터페시아에 있어야 할 모니터의 부재

합리적이지 않지만 이해할 수 있는 선택

솔직히 말해 370Z를 구매할 수 있는 비용이면 쉐보레 카마로 SS를 구매할 수 있다. 그리고 시선을 국산차로 돌리면 G70 V6 터보 모델도 구매할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370Z는 의미가 있다. 수 많은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반복하더라도 370Z는 충분히 ‘구매할 만한 가치’를 여전히 가지고 있는 존재다.

당신이 Z를 꿈 꿨다면 이 의미를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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