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후 첫 외국行, 리설주 동반한 듯
美 매파 등판에 北中 관계 개선 나서
남북ㆍ북미회담 앞 이해관계 일치
한반도 비핵화 새 국면 전망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27일 1박2일간의 방중 일정을 마치고 북한 귀국길에 올랐다. 남북ㆍ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고 관계 개선과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방중 초기 김 위원장이 아닌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혹은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이 거명되기도 했지만, 이날 오후 우리 정부 소식통이 김 위원장 방중을 확인했다. 그의 방중은 2011년 집권 후 7년만의 첫 외국 방문이다.
중국 베이징(北京)의 한 외교소식통은 27일 “북한의 고위급 사절단을 태운 것으로 추정되는 중국 방문 열차가 오후 3시가 좀 넘어 베이징역을 출발했다”고 전했다. 지난 25일 오후 10시30분께 북한 신의주와 중국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을 잇는 압록강철교를 넘어 중국에 온 이 열차는 선양(瀋陽)을 거쳐 전날 오후 베이징역에 도착했고, 이날은 반대 경로를 거쳐 귀국길에 올랐다.
김 위원장의 방중은 남북ㆍ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앞두고 북중 양국 간 이해관계가 일치한 결과로 풀이된다. 한국ㆍ미국과의 연이은 비핵화 대화를 앞둔 북한으로서는 혈맹이자 경제적 우군인 중국과의 우호관계를 과시함으로써 밀리지 않는 협상을 하겠다는 의지를 과시한 것으로 보인다. ‘차이나 패싱’(중국 배제)을 우려하는 중국도 북중관계 개선을 통해 한반도 정세에서의 영향력을 재확인시키려 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이 미국 내 ‘대북 매파’의 전면배치 상황을 감안해 북한을 먼저 초청했고 북한이 이에 호응했다는 분석도 이를 뒷받침한다.
한편 중국은 이날도 공식적으로는 김 위원장의 방중 사실을 확인하지 않았다. 화춘잉(華春瑩)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북한 김 위원장 등의 방중 여부를 묻는 질문에 “아는 바 없다”면서 “만약 말할 게 있으면 제 때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화 대변인은 대신 “북중은 가까운 이웃이고 전통적인 우호관계가 있으며 정상적인 왕래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중국은 북한과 함께 선린ㆍ우호관계 발전에 주력하고 한반도 비핵화 실현과 평화ㆍ안정 유지에 적극적이고 건설적인 역할을 발휘하길 원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정부의 공식 확인이 나오지 않자 외신들은 김 위원장이 직접 방중했을 가능성과 평창 동계올림픽 때와 마찬가지로 김 제1부부장이 특사 자격으로 김 상임위원장과 함께 방중했을 가능성 등을 보도했다.
이에 앞서 김 위원장은 전날 인민대회당에서 중국 측 고위인사와 3시간 가량의 회동과 이후 만찬을 함께 한 뒤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숙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은 중관춘(中關村) 등에서 중국의 경제발전 상황을 확인한 뒤 인민대회당에서 오찬을 하고 나서 베이징역으로 향했다. 한 대북소식통은 “26일엔 상무위원 일부와 만찬을 했고 27일 오찬 및 회담을 시 주석과 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김 위원장이 부인 리설주를 동반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번 북중 간 대화는 향후 한반도 비핵화 국면에서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남북ㆍ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중 간 관계 개선이 이뤄지는 것을 긍정적인 신호로 본다”고 말했다. 베이징의 또 다른 외교소식통도 “중국은 지금의 대북제재나 앞으로 있을 수 있는 대북지원에서 역할이 클 수밖에 없다”면서 “북중관계가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는 상황에서 1박2일 간의 실무방문이 비교적 내실 있게 이뤄졌다면 그 자체로 의미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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