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재외국민에 이슬람 강조
EU국가들, 자국 개입으로 해석
네덜란드ㆍ독일 등과 갈등 불러
난민 등 문제서는 EU에 도움
에르도안 “부당한 비판 말아야”
‘터키는 유럽연합(EU) 원년 멤버이자 터키 이민자가 유독 많은 네덜란드와의 관계 악화로 EU 가입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워싱턴포스트)
터키와 EU의 26일 정상회담이 서로 입장 차만 확인한 채 끝나면서 터키의 EU 가입 꿈도 멀어져 가고 있다. 유럽 각국에 흩어진 자국민에 대한 터키 정부의 무리한 영향력 확대가 이들 국가와 갈등을 야기하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26일(현지시간) 터키의 재외동포 포섭이 EU 국가들과의 새로운 갈등 국면을 초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지난해 4월 대통령 권한을 대폭 강화시키는 개헌안을 통과시키며 ‘21세기 술탄(이슬람권의 종교 권위자인 동시에 최고 통치자)’으로 등극하면서 관계가 악화됐다는 분석이다.
이 신문에 따르면 지난달초 네덜란드는 터키 주재 자국 대사를 소환하고 신임 대사도 파견하지 않을 뜻을 밝혔다. 이어 지난달말에는 네덜란드 하원이 1차 세계대전 당시 오스만투르크 제국의 아르메니아인 대량 학살을 ‘인종학살’로 규정한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터키 외무부는 곧장 비난 성명을 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회원국인 양국간 외교 분쟁은 지난해 4월 터키 개헌안 국민투표를 앞두고 네덜란드 정부가 네덜란드 영토 내 터키인들의 선거운동을 허용하지 않으면서 촉발됐다. 당시 에르도안 대통령은 550만명에 이르는 재외 국민 찬성표를 끌어들이는 게 중요했기 때문에 ‘나치’ ‘파시스트’ 라는 막말을 쏟아내며 네덜란드를 비난하는 등 외교 갈등을 무릅쓰며 표 확보를 시도했다. 터키 이민자 140만명이 거주하는 독일 역시 당시 터키 개헌 찬성 집회에 참가하려던 터키 장관들의 입국을 막아 터키와 갈등을 빚었다.
에르도안 정부는 반대파에 대한 숙청과 언론ㆍ문화 통제를 강화하면서 서방 국가들의 비난을 받아 왔다. 따라서 세계 10대 이민 수출국인 터키의 이민자 비중이 유독 높은 독일과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등에서는 터키의 민주주의 퇴보가 갈등의 씨앗을 키웠다는 게 WP의 분석이다. 특히 네덜란드와 갈등관계 지속은 터키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네덜란드는 터키의 외국인 투자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자치하는 국가다.
터키는 재외동포를 이슬람 사상을 강조한 ‘신 오스만주의’를 퍼뜨리는 ‘소프트 파워’ 수단으로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유럽 국가들은 이 같은 터키의 재외 국민 포섭을 자국에 대한 직접적인 개입으로 해석하고 있다.
하지만 터키는 내전 중인 시리아로부터 쏟아져 나오는 난민들을 유럽에 도착하기 전 수용해 줄 수 있는 나라라는 점에서 유럽 국가들의 고민도 깊다. 이민과 난민 수용 문제로 골치 아픈 유럽 국가들에게 전략적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이날 EU와의 정상회담에 참석한 에르도안 대통령은 "터키와 EU는 오래된 전략적 협력국으로, EU가 터키를 EU의 확장 정책에서 배제하려는 것은 심각한 실수가 될 것"이라며 "우리는 민감한 이슈에 대한 비난이나 부당한 비판을 듣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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