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산은 회장ㆍ노조와 면담
기재부 차관 만나 외투지역 요청
오늘 긴급 이사회, 자금 마련 논의
한국GM 사태 이후 다섯 번째 방한한 배리 앵글 GM 본사 해외사업부문 사장이 한국GM 노조와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등을 잇따라 만나 ‘부도’ 가능성을 언급하며 노사 합의와 자금 지원, 외국인투자지역(외투지역) 신청 등에 대한 협조를 재차 요구했다.
앵글 사장은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산은 본점에서 이 회장과 지난 14일부터 진행 중인 한국GM의 경영 실사에 대해 논의했다. 앵글 사장은 이 자리에서 한국GM의 2대 주주인 산은의 자금 지원이 없다면 한국GM은 부도 처리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앵글 사장은 전날에도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노조와 비공개 면담을 갖고 “한국 정부가 4월 20일까지는 우리가 자구안을 확정해서 내놓기를 바라고 있다”며 “이달 말까지 노사 임단협이 잠정합의에라도 이르지 못하면 기한 내 자구안 마련이 어렵고, 정부와 산은의 지원을 받지 못해 결국 부도가 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앵글 사장이 ‘부도’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은 처음이다. 앵글 사장은 또 4월 말까지 희망퇴직 위로금과 협력업체 대금 등에 필요한 추가 재원도 6억달러나 된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이 같은 일시적 유동성에 대해서는 GM이 실사에 성실히 협조하는 것을 전제로 산은이 지분(17.02%)만큼 임시자금 대출(브릿지론)을 해주기로 이미 합의한 바 있다. 따라서 앵글 사장의 ‘부도’ 언급은 실질적으로 회사를 공중분해 시키겠다는 의미보다는 지지부진한 실사 및 노사협상의 속도를 높이기 위한 ‘압박’의 일환이라는 게 시장 분석이다.
앵글 사장은 이 회장과의 면담에서 “실사가 될 수 있으면 조속히 마무리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거듭 요구했다. 이에 대해 이 회장은 “주요 이슈에 대한 원활한 자료 제공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산은은 한국GM의 이전가격(계열사 간 납품가격)과 고금리, 본사 관리비, 기술사용료, 인건비 등 원가 요인을 검증하고 있는데, GM이 이전가격 등 민감한 자료는 내놓지 않아 실사가 더딘 상태다.
앵글 사장은 이날 오후엔 고형권 기획재정부 차관과 이인호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을 만나 외투지역 지정 검토를 긍정적으로 검토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GM의 신청이 법령 요건에 부합하는지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한국GM은 지난 13일 인천시와 경남도에 각각 부평공장과 창원공장에 대한 외투지역 지정 신청서를 제출했다. 외투지역 입주 기업은 5년간 법인세 100% 면제 등 세금 감면 혜택을 받는다.
앵글 사장은 우리 정부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자동차 분야 관세협상이 잘 마무리된 덕분에 GM의 한국 투자에 있어 위험부담이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와 협상을 잘 마무리하는 대로 한국에 신차배정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앵글 사장의 언급은 여전히 구두 약속일 뿐, 정부와 산은이 요구하고 있는 장기 독자생존 계획 등은 아직까지 공식 문서로 주지 않고 있다.
한편 한국GM은 28일 오후 긴급 이사회를 열고 자금난 해소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는 군산공장 폐쇄 시 영향 및 자금난 문제, 4월 말 돌아오는 유동성 해결 방안 등이 안건으로 오를 것으로 전해졌다.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은 이사진에 “임직원 월급과 협력업체 부품 대금을 주고 나면 4월 중 보유현금이 바닥날 것”이라며 “6,000억원 가량의 자금을 추가로 마련해야 하는데 그에 대한 방안 등을 논의하자”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이사회 논의 후 한국GM은 GM 본사와 산은에 단기 자금 지원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강아름 기자 saram@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