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소에서만 발병했던 바이러스
정부 48시간 일시이동중지 조치
경기 김포시 대곶면 소재 돼지농가에서 A형 구제역이 확진됐다. 국내 돼지농가에서 A형 바이러스가 검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 농가들은 국내에서 빈번하게 발생한 O형 백신만 접종하고 있어 방역에도 비상이 걸렸다. 방역당국은 즉각 48시간 일시 이동중지 명령을 내렸다.
27일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전날 의심 신고가 접수된 김포시 대곶면 소재 돼지농장에 대한 정밀 검사를 실시한 결과 A형 바이러스로 확진됐다. 구제역 바이러스 유형은 총 7가지로 나뉘는데, 돼지에서 A형 바이러스가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국내에서 A형 구제역이 발생한 건 2000년 이후 2010년과 2017년 소에서 두 차례 발생한 게 전부다.
문제는 A형 구제역 백신을 3년 전부터 돼지에는 접종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농가들이 모두 A형 구제역 바이러스에 ‘무방비’ 상태에 놓여있다는 얘기다. 바이러스 종류에 따라 달리 접종하는 구제역 백신은 현재 소에는 O형과 A형을 모두 방어할 수 있는 O형 백신과 O+A형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그러나 돼지는 A형 구제역이 발병한 적이 없는데다가, O+A형을 접종한 돼지에서 이상 증상이 발생한다는 농가들의 주장에 따라 접종을 중단했다.
방역당국은 사태의 심각성을 고려해 이날 오전 열린 가축방역심의회에서 48시간 전국 이동중지명령을 발령하기로 결정했다. 27일 정오부터 29일 정오까지 소, 돼지 등 가축, 축산 관련 종사자, 축산 차량의 이동이 중지된다. 위기경보단계는 ‘주의’에서 ‘심각’ 단계로 올렸다. 행정안전부의 조류인플루엔자(AI)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구제역ㆍAI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로 개편했다.
A형 바이러스가 전국으로 확산될 경우 백신 수급에도 비상이 걸릴 수 있다. 방역당국은 이날 가축방역심의회를 통해 발생 지역인 경기(203만마리), 대규모 사육단지가 위치한 충남(227만마리) 지역 농가에 O+A형 백신을 긴급 접종하기로 했다. 현재 정부가 보유한 물량은 800만마리분이라 경기, 충남 지역에 2회 접종 가능한 분량이지만 바이러스가 다른 지역으로 퍼질 경우 외국에서 백신을 긴급 수입해야 한다.
백신 수입이 원활하다면 다행이지만, 지난해 2월 소 농가에서 A형 구제역이 발생한 뒤 정부가 즉각 영국 메리알사에 O+A형 백신 긴급 수입을 요청했다가 다른 나라와의 계약 관계로 인해 필요 물량 조달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발 빠른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박봉균 농림축산검역본부장은 “현재 A형 구제역이 추가 발생할 것을 대비해 긴급 물량 확보에 나섰다. 백신 조달에는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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