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웹툰계약서 주요 불공정조항 10개 시정조치
“드라마ㆍ영화화 할 경우 저작권 별도 계약하라”
일방적 계약해지, 지각비 부과 등 불공정 조항도 무효화
웹툰 작가 A씨는 플랫폼서비스업체(사업자) B사와 계약을 맺고 총 4편의 작품을 연재했다. 마지막 작품은 월매출 1억원을 올리는 히트작품이 됐으나 A씨가 받은 돈은 400만원에 불과했다. 계약 해지를 요청하자, B사는 4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웹툰 사업자 L사는 원고가 늦는 일부 웹툰ㆍ웹소설 작가에게 지각비를 물리고 제때 원고료를 지급하지 않았다는 의혹을 샀다. 일부 작가를 ‘블랙리스트’에 포함해 작품 노출을 막는 등 ‘갑질’을 부렸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앞으로는 이런 웹툰 사업자의 갑질이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6개 웹툰사업자가 사용하는 웹툰 연재계약서를 심사, 웹툰 작가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내용을 담은 불공정 약관 조항들을 시정했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웹툰 콘텐츠가 드라마나 영화로 제작되는 등 2차적 저작물로 사용될 때 사업자가 모든 권리를 갖는 등 웹툰 연재계약서 상 불합리한 10개 유형의 불공정 약관 조항을 시정했다고 27일 밝혔다.
공정위는 우선 사업자들이 웹툰 콘텐츠 연재계약을 체결하면서 계약내용에 2차적 저작물 사용권을 포함한 권리까지 설정, 작가가 제3자와 계약을 체결할 권리를 부당하게 제한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실제 네이버웹툰 등 21개 사업자는 웹툰이 방송, 녹음, 연극, 영화 등으로 사용될 경우 이에 대한 권리를 모두 가져가는 내용으로 작가들과 계약했다. 웹툰이 영화로 제작돼 소위 대박을 터트려도 작가들에게 가는 수입은 거의 없었던 셈이다. 이에 공정위는 2차적 저작물 작성ㆍ사용권에 대한 권리 설정은 별도의 명시적인 계약에 의하도록 시정조치 했다. 2차적 사용에 대한 사업화 계약이 체결될 경우 1차 연재계약이 끝나더라도 사업화 계약이 끝날 때까지 자동적으로 계약이 연장되도록 옥죄는 조항도 무효화했다. 작가의 허락 없이 사업자가 제3자에게 작품이나 2차 저작물 사용을 허락할 수 있도록 한 조항도 없애도록 했다.
작가가 작품을 인도하는 시기가 지연되거나 휴재할 경우 벌금 등을 일방적으로 부과하는 계약도 없어진다. 실제 2개 사업자는 ‘주 1회 연재의 경우 월 1회를 초과하는 지연이나 무단휴재가 발생하는 경우 매 발생 건마다 작품 제공 대가의 3%씩을 차감해 지급한다’는 조항을 계약서에 넣고 있다. 공정위는 “보통 작품 마감시간은 게재시간보다 2일 전을 설정하는 경우가 많고, 지연의 경우 실질적으로 매출이나 이용률의 하락 등 피해가 크게 발생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 조항을 무효화했다.
사업자의 일방적인 계약해지도 금지된다. 현재 18개 사업자는 계약해지 사유와 절차를 일방적으로 규정하고 인가가 없거나, 사업자의 수정 요구 등에 응하지 않는 작가들에게 일시에 계약을 해지해왔다. 이에 공정위는 계약의 해지 사유를 구체적으로 열거하는 한편, 가령 15일 이내 등 상당한 기간을 정해 그 이행을 촉구하고 그 기간 내에 이행하지 않을 경우에 한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또한 웹툰 콘텐츠 가격을 임의로 결정하는 계약서를 제시한 4개 사업자에 대해서는 작가와 상호 협의해 조정하도록 했으며, 연재계약 종료 후에도 일정기간 전자출판권리를 갖고 있는 2개 사업자에는 계약 종료 시 작가에게 출판권을 환원토록 했다.
배현정 공정위 약관심사과장은 “불공정약관 시정을 통해 웹툰 작가들의 권리가 한층 강화되고 공정한 창작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세종=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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