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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해외원조, 희망의 씨앗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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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해외원조, 희망의 씨앗 되길

입력
2018.03.27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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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병 호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
이 병 호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

‘베트남의 국부’ 호치민의 고향은 중부지역에 위치한 응에안(Nghe An)성 내의 킴리엔(Kim Lien)이라는 작은 마을이다. 개인적으로는 이곳에서 2009~2010년 공적개발원조(ODA)로 진행된 농업농촌개발 용역을 수행한 인연이 있기도 하다. 베트남은 인구의 60% 이상이 농업에 종사할 정도로 농업이 국가 최대 산업이지만, 아직 기술이나 제반시설이 열악해 농업생산성이 낮은 편이다. 한국 농업이 지닌 노하우를 바탕으로 어떻게 하면 베트남 농업이 장기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인지 1년 동안 많은 고민을 했다.

얼마 전 우리 쌀이 목포항을 통해 베트남에 원조되는 것을 보며 그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지난해 연말, 태풍으로 큰 피해를 입은 베트남 정부가 ‘아세안+3 비상 쌀 비축제(APTERR)’에 쌀 지원을 요청했고, 우리 정부가 쌀 1만톤을 지원하기로 한 데 따른 조치다. 우리 쌀은 지난해 5월 미얀마와 캄보디아에 처음으로 원조되었고, 베트남에는 최근 중남부 피해주민들에게 제공되었다. 우리나라는 2013년 APTERR에 이어 올해 1월에는 세계에서 16번째로 식량원조협약(FAC)에 가입했다. 협약에 따라 매년 5만 톤의 쌀을 개발도상국에 지원하게 되며, 올해는 aT를 통해 중동 및 아프리카 5개국에 쌀을 지원할 예정이다. 이제 시작단계에 불과하지만 우리 쌀 해외원조는 많은 의미가 있다.

우선, 인도적 지원을 확대함으로써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의 책무를 다할 수 있다. ODA 대비 인도적 지원비율이 OECD 평균은 6%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1.7%에 불과하다. ‘지구촌’이라고 할 정도로 세계 각국은 밀접한 연관을 맺으며 상호간에 영향을 주고받는다. 생명, 환경, 자원 등 지속가능한 세계를 위해 우리나라도 책임과 의무, 역할을 다해야 한다. 우리 쌀의 인도적 지원은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대한민국의 책무를 재확인하고, 향후 국제사회에 대한 기여 및 공조 방향을 더욱 깊이 고민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또한 우리 농업인들의 자부심도 높아질 수 있다. 최근 쌀 소비가 줄어들면서 많은 쌀 농가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단위면적당 쌀 생산량은 증가하는 반면, 쌀 소비량은 매년 감소하고 있어 재고량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쌀의 적정 재고량은 80만 톤 수준인데 작년 기준으로 재고량은 220만 톤을 기록했다. 농업인들이 흘린 땀방울의 결실이 어려움에 처한 이웃나라 주민들에게 소중한 양식이 된다면 우리 농업인들도 커다란 보람과 긍지가 느낄 것이다.

우리나라는 해외원조 수혜국에서 해외원조 공여국이 된 최초의 나라다. 고도 경제성장에 대한 명암은 분명하지만, 그동안 농업 분야가 이룬 기술발전도 결코 가볍지 않다. 쌀 해외원조는 우리 쌀의 우수성을 해외에 알리는 기회이자, 세계 속에 한국과 한국 농업의 역할과 위상을 널리 알리는 기회가 될 것이다.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 즉 농사가 사람들이 살아가는 근본이라고 한 이유는 인류의 생존을 책임지는 농업의 가치 때문이다. 먹지 않고 살 수 있는 사람은 없고, 이 땅 위에 소중하지 않은 생명은 없다.

본격적으로 시작된 우리 쌀의 해외원조가 국제사회에 희망의 씨앗이 되기를, 나아가 그 씨앗을 바탕으로 한국 농업의 가치와 역할을 되새길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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