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명석 유안타증권 사장의 ‘숫자로 경영하라’
최종학 지음
원앤원북스 발행ㆍ378쪽ㆍ1만7,000원
▦추천사
“측정할 수 없으면 관리할 수 없고, 관리할 수 없으면 개선할 수 없다”며 숫자 경영의 중요성을 강조한 피터 드러커 박사의 지적이 이 책의 성격을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경영 관련 의사결정에 있어 데이터 분석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기 위해 사례 중심의 회계 케이스를 다수 소개하고 있습니다. 경영자는 물론 개인투자자들에게도 매우 유익한 책입니다.
이 책의 저자인 최종학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회계 전공자다. 경영학 중에서도 철저하게 수치에 의존해 기업 성과를 기록하고 이를 경영에 응용하는 분야가 회계학이다. 저자의 이력에 비춰볼 때 책 제목의 ‘숫자’가 회계를 뜻한다는 점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그렇지만 이 책은 대차대조표나 손익계산서를 펼쳐놓고 각 항목과 숫자의 의미를 설명하는 ‘골치 아픈’ 책과는 거리가 멀다. 회계를 기반으로 하는 책인데도 숫자나 복잡한 계산식이 거의 없어 이야기책처럼 술술 읽힌다. 이러한 저자의 지향은 “숫자에 반영된 인간의 심리와 기업의 행태를 철저히 이해하고, 그에 따라 과학적으로 경영하는 것이 성공의 지름길”이라는 머리말 속 문장에 또렷이 드러나 있다. 이러한 대중성을 갖춘 덕에 이 책은 학술서임에도 10년에 걸쳐 4권의 시리즈가 나올 만큼 독자들의 탄탄한 호응을 얻고 있다. 제1권은 2009년, 제4권은 지난달 각각 출간됐다.
제1권은 20여 편의 글로 이뤄져 있는데, 대체로 각 글의 도입부에선 흥미로운 질문을 던지면서 이야기를 풀어간다. ‘기업에 불리한 뉴스는 적극 공시하는 것이 나은가’ ‘기업의 적정부채 비율은 어떻게 계산하나’ ‘기업들이 더는 스톡옵션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는’ ‘불경기마다 보물선 탐사 사업 공시가 출몰하는 이유’ 등이 그러한 질문의 일부다. 때로는 ‘외국인 투자는 정말 기업 투명성을 향상시킬까’ ‘론스타에 넘어간 외환은행은 정말 헐값 매각이었나’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보고서를 믿어야 하나’와 같이 논쟁적인 질문들도 포함됐다. 저자는 무엇 하나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는 법 없이 명확하게 자신의 입장을 밝힌다.
질문 내용만큼이나 독자를 끌어당기는, 이 책의 최대 미덕은 실제 기업 사례를 동원해 다각도로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질문에 대한 해답을 구한다는 점이다. 교환사채가 동원된 동아제약 총수 부자(父子)의 경영권 분쟁,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대우건설 인수와 파국, 소버린의 SK 경영권 공격, 롯데칠성의 두산주류 인수가 적정성 논란 등 이 책의 출간 시점(2009년)에서 그리 멀지 않은 시기에 일어난 화제의 사건들이 저자의 논지를 생생하게 뒷받침하고 있다. 예컨대 금호아시아나가 재무적 투자자들과 함께 2006년 대우건설을 인수했다 심각한 유동성 위기 끝에 2010년 산업은행에 대우건설을 파는 과정에서, 풋옵션(투자자의 보유 주식을 되사주는 계약)을 재무제표에 부채로 기록하지 않은 ‘사소한’ 실책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회계 처리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식이다.
국내 기업의 실제 사례를 이론과 접목시키는 이 책의 원칙은 현존하는 기업들에 대한 부정적 언급을 가급적 삼가는 여느 경영서적들과는 확연히 구분되고, 그만큼 살아있는 지식으로 독자에게 각인된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많은 사람들이 (기업의) 성공과 실패 사례로부터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기 바란다”며 책에 거명된 기업 관계자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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