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객 늘며 사업 흑자 내자
“시외면허 전환… 요금 낮출 것”
경기도, 독점권 회수 논의
경기 수원시에 사는 박모(36)씨는 매년 5, 6차례 해외 출장을 다닐 때마다 1만2,000원(편도)에 달하는 공항버스 요금이 불만이다. 인천공항까지 주행거리가 73㎞ 안팎으로 대전(130㎞)을 가는 거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요금은 오히려 3,800원이나 비싸기 때문이다.
이유는 공항버스가 ‘한정 면허’로 운행되고 있는 탓이다. 한정 면허는 ‘수요의 불규칙성 등으로 인해 노선버스를 운행하기 어려운 구간’에 적용하도록 한 면허다. 사업자에게 일정 기간(6년) 노선 독점권과 요금산정의 자율권(신고 수리)을 부여하는 대신 일반 시내외 버스처럼 재정 지원은 하지 않는다.
경기도가 지난달 공항버스에 대해 ‘한정면허’ 회수 카드를 꺼내 들었다. 공항버스가 막대한 흑자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과도한 이용객 부담을 두고만 볼 수 없다는 게 그 이유였다. 1997년부터 20년간 3개 업체가 쥐고 있는 독과점을 깨겠다는 의지였다.
그런데 이 계획이 6월로 다가온 경기도지사 선거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유력주자인 이재명 전 성남시장이 ‘노선의 사유화’에 방점을 두고 거세게 비판하면서다.
26일 도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인천, 김포공항을 오가는 한정 면허 23개 노선의 2015년 기준 연평균 수익률은 무려 27%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일반 시외버스(9%)의 3배, 시외면허 공항버스(18%)의 1.5배 수준이다. 2001년 인천공항이 문을 열 당시보다 도로여건 개선 등으로 운행시간이 40분 줄고 이용객은 4배나 증가한데다, 유가는 되레 22% 떨어진 덕분이었다. 한정면허를 시외면허로 돌리면 요금을 평균 13.5% 인하할 수 있을 것으로 도는 예측했다. 시외버스 요금은 정부가 정한 기준(1㎞당 62~116원) 내에서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재명 전 시장은 “한정 면허를 갱신하면서 조건 등을 달아 충분히 요금을 내릴 수 있는데도 알짜 노선을 영구면허 시외버스로 전환하려 한다”며 계획의 백지화를 주장하고 나섰다.
이재명 “알짜노선 왜 영구면허로”
백지화 주장하며 선거 이슈 떠올라
전문가 “이용자 중심 해법 찾아야”
경기도의 방침이 남경필 도지사 동생이 운영하는 버스회사에 유리한 조치라는 의구심도 있다. 경기도 관계자는 그러나 “남 지사 동생 업체는 한정 면허 회수에 따른 시외면허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며 “이 전 시장의 논리대로라면, 현재 운영되는 전국의 모든 시내외 일반버스 노선면허가 업체 퍼 주기가 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전문가들은 정쟁이 아닌 이용자 중심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철기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시외 면허는 영구적인데다 적자가 나면 도비로 보전해야 하는 등의 단점이 있고, 공항버스 한정면허는 업체의 과도한 수익, 막대한 이용자 부담 등의 문제점이 있다”며 “우선 순위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논점이 달라지는 것”이라고 했다.
강경우 한양대 교통물류공학과 교수는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데도 면허 종류에 따라 도민에게 다른 요금을 물게 하는 것은 굉장히 나쁜 선례”라고 지적했다.
유명식 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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