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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ㆍEU 14개국, 러시아 외교관 무더기 추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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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ㆍEU 14개국, 러시아 외교관 무더기 추방

입력
2018.03.26 23:18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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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이 러시아 외교관 4명 추방을 발표한 26일(현지시간) 베를린 주재 러시아대사관 앞을 한 경찰관이 걸어가고 있다. 베를린=AFP 연합뉴스
독일이 러시아 외교관 4명 추방을 발표한 26일(현지시간) 베를린 주재 러시아대사관 앞을 한 경찰관이 걸어가고 있다. 베를린=AFP 연합뉴스

미국과 유럽연합(EU) 소속 14개국이 26일(현지시간) 자국 내 러시아 외교관들을 추방하기로 했다. 러시아가 자국 출신 전직 이중 스파이 세르게이 스크리팔(66) 부녀를 영국 영토에서 지난 4일 독살하려 했다는 의혹과 관련, 앞서 23명의 자국 주재 러시아 외교관을 이미 추방했던 영국의 ‘대러 보복 조처’에 동참한 것이다. 이에 따라 영국과 미국, EU 등 서방 세계와 러시아 간 외교적 갈등이 크게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미국에서 활동하는 러시아 외교관 60명을 추방하라고 명령했다. 미 정부 고위 관리는 “시애틀 러시아 영사관에 근무하는 러시아 정보요원 48명, 유엔 러시아 대표부 직원 12명은 7일 이내에 미국을 떠나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시애틀 러시아 영사관도 이날 폐쇄했다.

EU 회원국들도 자국에 주재하는 러시아 외교관들을 잇따라 쫓아내고 있다. 프랑스와 독일도 이날 자국 내 러시아 정보요원 4명씩에 대해 각각 추방 명령을 내렸다. 프랑스 외무부는 장 이브 르드리앙 장관 명의의 성명을 통해 “오늘 러시아 당국에 프랑스에 있는 러시아 외교관 4명을 일주일 내로 추방하겠다는 우리의 결정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도 트위터를 통해 “솔즈베리 독살 시도 사건 이후 러시아는 상황을 분명히 하는 것을 돕지 않고 있다. 우리의 결정은 가볍게 내려진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더해 리투아니아(3명)와 폴란드(4명), 덴마크(2명), 우크라이나(13명) 등도 러시아 외교관 추방 대열에 합류했다. 도날드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난주 러시아에 공동 대응키로 한 EU 집행위원회 결정에 대한 직접적인 후속조치로, 오늘 14개 회원국이 러시아 외교관 추방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미국과 EU 회원국들이 ‘동시 행동’에 나선 데에는 사전 조율이 있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24일 미 블룸버그 통신은 백악관 참모들로부터 ‘러시아 외교관 추방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건의를 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그에 앞서 유럽 동맹국들이 비슷한 조처를 하는 것을 확신하고 싶어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과거 러시아 스파이였던 스크리팔은 1990년대 중반 영국에 포섭돼 2000년대 초ㆍ중반까지 이중 스파이 역할을 했다. 2004년 이 사실이 들통난 그는 6년 동안 러시아에서 수감 생활을 한 뒤, 2010년 영국으로 망명했다. 그러다 지난 4일 영국 남부 소도시인 솔즈베리에서 딸 율리아(33)와 함께 의식 불명 상태로 발견됐고, 영국 경찰은 옛 소련에서 사용됐던 신경작용제 ‘노비초크’가 검출됐다며 러시아를 배후로 지목했다. 러시아는 이 사건과 무관하다며 의혹을 적극 부인했으나, 영국은 해명 요구를 무시했다고 보고 지난 14일 러시아 외교관 23명을 추방한 뒤 국제사회의 동참을 호소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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