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본부 “철거” 계고서 부착
양측 입장차 커 장기화 전망
“교수 징계는 여덟 달째 묵묵부답. 철거공문은 하루 만에.”
26일 관악구 서울대 행정관 앞. 가로 6m, 세로 3m 크기의 직사각형 천막 겉면에는 제자를 상대로 한 갑질과 성폭력 의혹을 받고 있는 ‘H교수’와 징계를 미적거리는 대학본부 규탄 문구가 적혀있다. 학생 70여명이 번갈아 가며 24시간 지킨다는 천막 맞은편 행정관 일부 유리문엔 나무판자가 걸리고 쇠사슬이 둘러져 있다. 지난해 발생한 본부 점거 흔적이다.
지난해 5월 서울대 시흥캠퍼스 조성사업과 관련한 두 달간의 총장실 점거가 끝난 지 1년도 안돼 행정관 앞 천막농성이 시작되면서 대학본부와 학생 간 갈등이 재점화하고 있다.
서울대 총학생회, 사회과학대학 총학생회, ‘H 교수 사건 대응을 위한 학생연대’ 등은 이 대학 사회학과 H교수 파면을 요구하며 지난 21일 천막농성에 들어갔다. 학생연대는 “이 사건은 단순히 H교수만의 문제가 아니라 교수 비위를 대하는 대학본부 태도 문제”라며 “’H교수 파면’과 ‘늑장 징계에 대한 본부 측 사과’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전까지 농성을 멈추지 않겠다”고 밝혔다.
반면 대학본부 관계자는 “교육부 심의 절차가 있어 징계 의결이 늦어지고 있는 것”이라며 학생 연대 측 요구를 따를 뜻이 없다고 말했다.
대학본부는 천막이 설치된 다음날인 22일 “25일 오후 6시까지 자진 철거 해달라”는 내용의 계고서를 천막에 부착하며 “지정 기간까지 자진 철거하지 않을 경우 강제로 철거할 수 있다”고 알렸다. 그러나 물리적 충돌을 우려해 당분간 강제철거 집행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져 농성은 장기화할 조짐이다.
일반 학생들은 천막농성을 긍정적으로 보는 분위기다. 재학생 박인규(23)씨는 “지난해 총장실 점거처럼 방식이 과격하지 않고, 시흥캠퍼스 조성사업처럼 논쟁적인 사안이 아니라 학생연대 편을 드는 학생들이 많다”고 말했다. 신입생 김모(19)씨 역시 “학과 학생들이 속해있는 단체대화방에 농성 관련 얘기가 올라오면 대부분 학생연대 입장에 동의하는 편”이라고 전했다.
글ㆍ사진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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