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대식 영남대 도시공학과 교수 인터뷰
윤대식 영남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는 항공 수요가 폭증하는 시대에 지역 관문공항은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제라고 역설했다.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의 항공 수요가 증가하고 있고, 환승 보다는 직항을 선호하면서 지역 공항의 역할이 커지고 있는 만큼 대구경북 관문공항 건설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견해다. 그는 “미국 인구의 40% 정도가 거주하는 ‘선 벨트’ 지역은 가장 낙후된 고장으로 남았다가 공항이 대거 들어오면서 급격한 발전을 이룩했다”면서 “공항을 중심으로 경제가 발전하는 것은 이미 보편적인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아시아를 돌아보면, 중국은 2020년까지 97개의 공항을 신설해 전 국토에 244개의 공항을 세우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면서 “최적의 접근성과 적절한 규모를 갖춘 관문공항은 미래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윤 교수와의 일문일답.
- 대구공항ㆍ군공항 이전에 대한 시도민의 관심이 크다. 대구공항의 바람직한 위상과 역할은?
“공항경제권이라는 말이 있다. 국가 균형발전에서 공항이 차지하는 몫이 크다는 이야기다. 지방분권도 정치적 논리에 앞서 공항이라는 경제적 요인이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지역균형발전을 위해서라도 규모 있는 공항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현실적으로 현재 대구공항은 포화상태다. 미래를 내다볼 때 상황은 더 심각하다. 최근 항공 분야에서 두 가지 현상을 살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첫째는 직항노선의 증가다. 인천공항은 허브공항을 목적으로 세웠지만, 환승 공항으로서의 역할은 크지 않다. 앞으로 더 줄어들 것이다. 환승 없이 목적지로 향하는 항공기가 느는 만큼 지역 공항의 역할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또 하나는 저가항공의 상승세다. 대구공항만 하더라도 이용객 숫자가 2014년 150만명에서 2017년 350만명으로 폭증했다. 2014년 저가항공이 취항한 결과다. 아시아에서의 저가항공 수요는 서구에 비해 낮은 편이다. 그만큼 잠재 성장 요인이 크다. 이런 항공산업의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규모의 관문공항이 반드시 필요하다.”
- 통합 이전론과 민항 존치론이 맞서고 있다. 해법은?
“현재의 법적 테두리(기부대양여 개발방식) 안에서는 군공항만 옮기기는 힘들다는 것이 중론이다. 접근성을 생각하면 민간공항을 현 위치에 남기는 것이 좋다. 통합이전을 할 경우에도 접근성은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 두 입장의 장단점을 짚는다면?
“통합이전을 할 경우 터미널 규모나 활주로 길이 확충이 용이하다. 활주로는 3,400m에서 3,500m는 되어야 한다고 본다. 더불어 종전 부지를 미래 성장 동력의 터전으로 활용할 수 있다.
다만 접근성이 약화하는 것은 안 좋은 점이다. 김해보다 멀어질 경우 항공 수요 확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예를 들어, 인천 공항이 들어설 때 김포공항은 국내선만 운영하기로 계획을 잡았지만 현재 김포공항에 국제노선이 느는 추세다. 인천과 비교해 접근성이 좋아 시민들이 김포공항을 선호하는 까닭이다. 도쿄의 관문공항인 나리타와 하네다 공항에도 비슷한 현상을 보이고 있다. 나리타 공항의 규모가 크지만 시민들이 좀 더 가까운 하네다 공항을 선호한다.
특히 초기에 많이 고전할 것이다. 신규 공항의 노선 수는 기존 공항보다 적을 수밖에 없다. 김해로 빠져나갈 가능성이 크다. 김해공항보다는 확실히 접근성이 좋아야 한다는 뜻이다.
민간공항을 남길 경우 접근성을 고민할 필요가 없다. 다만, 여객 터미널의 규모와 활주로 길이 확보에는 난항이 예상된다.”
- ‘밀양신공항’이 무산됐다. 동남권 신공항으로서 ‘밀양’이 최선의 대안이라는 주장은 여전히 유효한가?
“통합신공항은 현재 1,000만명 정도의 수용 인원을 예상하고 있다. 군과 함께 활주로를 쓴다는 한계도 있다. 앞서도 말했지만 중국과 인도, 베트남 등의 항공 수요가 점점 늘고 있다. 더불어 첨단산업도 항공을 이용한 물류 수송이 많다. 당장은 수요를 충족하겠지만, 항공기 이용객 수와 대구경북의 경제규모가 더 커지면 하나의 공항만으로 힘들 것이다. 이런 사태가 15년 내에 도래할 수도 있다.
세계에는 2개의 공항을 가지고 있는 대도시가 적지 않다. 적절한 시기가 되면 우리도 다시 고민을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본다. 밀양신공항도 중장기적으로는 재론의 여지가 있다고 본다. 밀양에 공항이 들어설 경우 순수 민간공항이라는 장점도 있다. 김해도 대구처럼 군과 함께 활주로를 쓰고 있다.
먼 훗날 통합 신공항과 순수 민간 공항이 함께 양날개처럼 펼쳐진다면 통합 신공항은 구미 등 산업단지와 가까운 만큼 항공 물류와 저가 항공 중심으로 가고, 민간공항에는 대륙간 노선을 주로 배치하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 지속적인 인구 증가율 감소로 항공 수요 부족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인구 추이에만 의존하는 소극적 항공 서비스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항공 수요를 창출할 방안은 없나.
“항공 수요는 두 가지 측면에서 봐야 한다. 지역 인구가 줄거나 느는 것은 출국 수요에 영향을 미친다. 반면 외부의 승객 증가요인도 생각해야 한다. 중국과 베트남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의 경제가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다. 저가항공의 등장으로 티켓 가격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잠재 승객을 생각하면 이들을 위한 공항이 필요하다.
외국 승객을 끌어들일 방안을 고민하는 것이 더 중요한 포인트일지도 모른다. 인천과 김포 등에서는 공항 인근에 병원과 호텔, 복합 리조트 시설, 물류단지 등을 조성하고 있다. 이른바 ‘비항공 수익’의 확대를 모색하는 것이다. 이 또한 세계적인 추세다. 이런 인프라를 얼마나 갖추느냐에 따라 항공 수요는 달라질 수 있다. 또한 항공 물류의 증가는 지역이 첨단산업 발달의 촉매 역할을 할 수도 있다. 공항 경제권이라는 용어가 가능한 이유다. 요컨대 인구가 지속적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비관은 공항을 배제한 전망에 불과하다.”
- 마틴 드레스너 세계항공교통학회(ATRS) 회장은 이념이나 빈곤에 의해 제약받던 중국 인민들이 ‘보통 시민’으로 바뀌어 ‘1인 1해외 여행’에 나선다면 전세계의 항공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시아의 해외 여행객을 유치할 특단의 대책이 필요할 듯하다.
“현재 관광객은 수도권과 제주도에 몰리고 있다. 단체 관광객의 성향 때문이기도 하다. 패키지 관광의 특징은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단시간에 훑는 것이다. 대구경북은 관광자원이 흩어져있다. 이런 한계를 극복해야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다.
가능성은 충분하다. 관광 자원이 다양하다. 유교문화권(안동), 불교문화권(경주), 가야문화권(고령)을 비롯해 대구의 도시관광 자원을 연계할 수 있다. 구미와 포항의 산업관광 자원도 개발 가능하다. 얼마나 효율적으로 잘 연계하느냐가 중요하다. 울릉도에 공항이 생기면 섬 관광도 추가할 수 있다.
쇼핑도 중요하다. 공항 주변에 프리미엄 아울렛을 유치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특히 중국 관광객 유치에 유리한 조건이 될 것이다. 앞서 말했듯 다양한 레저 및 휴양 시설을 갖추는 것도 필요하다.”
- 외국의 관문공항 내지 거점공항으로서 우리가 참고할 만한 사례와 주의할 점을 소개한다면?
“2005년에 개항한 일본의 주부(中部)공항을 살필 필요가 있다. 나고야는 수도인 도쿄와 우리나라의 부산에 해당하는 오사카의 중간이다. 연간 1,200만명의 항공 수요를 예상하고 개항했다. 활주로 길이는 3,500m다. 우리와 비슷한 사례다. 벤치마킹하기에 적절하다고 본다.
주의할 점은 접근성과 함께 교통편의다. 현재는 고속도로에 집중하고 있지만, 실제로 공항이 건설되면 철도 이용객이 더 많을 것이다. 이 부분에 더 관심을 기울이고 교통정책을 입안해야 한다. 방법은 많다.”
- 통합이전이든 민항존치든 종전 부지 개발에 대한 시민의 관심도 크다. 대구의 미래 먹거리와 행복을 좌우할 마지막 기회의 땅 661만1,500여㎡(330만5,700여㎡)이라는 절박함 때문일 것이다. 바람직한 종전 부지 개발의 방향은?
“현실과 이상이 존재한다. 현실은 종전 부지에서 나오는 비용으로 공항을 건설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 만큼 자본 회수가 빠른 산업이 선호될 것이다. 택지개발 위주로 사업이 진행될 수 있다.
이상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아파트를 지으면 자본 회수는 빠르지만 마지막 금싸라기 땅을 막 쓰는 결과를 불러올 것이다. 예를 들어, 분당을 개발할 당시 아파트는 들어서는 족족 대박이 났지만 업무용이나 상업용지는 분양이 잘 안 됐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자 상업용지 부족 사태가 벌어졌다. 업무나 상업용지 수요는 시차를 두고 발생한다. 서두르다 보면 큰 기회를 놓친다. 혜안과 인내, 지혜가 필요하다. 대구시와 시민 모두에게 해당하는 이야기다.”
김광원기자 jang7501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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