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시에 누수센서 600개 설치
유수율 80%대까지 끌어 올려
반세기 묵은 지역 숙원사업 해결
23개 지자체 상수도 시설도 개량
“걱정 없이 물 쓰는 것이 복지”
“물 쓸 일이 많은 명절만 다가오면 저수조의 물이 떨어지지 않을까 항상 마음을 졸여야 했는데, 이젠 아무 걱정도 없다.”
결혼 후 경남 통영시 명정동에서 26년 간 거주해 온 정명연(48)씨는 26일 이렇게 말했다. 정씨처럼 통영시 명정ㆍ중앙ㆍ북신ㆍ무전ㆍ정량동 주민 3만2,000여명은 지난 50여년간 단 하루도 물을 ‘물 쓰듯’ 써 본 적이 없다. 이 곳은 상수도관 누수율이 워낙 높아 하루 4~6시간 제한 급수가 이뤄졌다. 주민들은 할 수 없이 저수조를 설치해 사용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했고 특히 여름철엔 늘 물 부족에 시달렸다. 이 때문에 주민들의 최대 숙원사업은 단연 ‘제한 급수 해제’였다.
이러한 과업을 해결할 곳이 바로 한국수자원공사(케이워터ㆍK-water)다. 지난 2010년 통영시로부터 지방상수도 관리를 위ㆍ수탁 받은 케이워터는 유수율(정수장에서 공급한 수돗물 중 요금으로 징수되는 수돗물의 비율)부터 확인했다. 40.9%에 불과했다. 물을 공급하더라도 도중에 수도관에서 절반 이상의 물이 새고 가정에는 40%의 물만 도달한다는 뜻이다. 케이워터는 통영시에 누수센서 600개를 설치하는 등 누수감시 인프라를 대폭 확충하기 시작했다. 이어 야간 작업에 인력 280명을 투입하는 등의 복구 작업을 벌여 2015년 유수율을 80%까지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케이워터는 드디어 지난해 9월 통영시 제한 급수 지역을 모두 해제했다. 이제 통영시민들은 24시간 아무 때나 수돗물을 마음껏 사용할 수 있다.
케이워터는 이처럼 누구나 걱정 없이 물을 이용할 수 있는 ‘보편적 물 복지’를 구현하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벌이고 있다. 환경부 상수도 통계에 따르면 상수도관 노후 등으로 인한 누수로 연간 수돗물 총 생산량의 10.6%(약 6억8,250만톤ㆍ2016년 기준)가 땅 속으로 버려지고 있다. 이는 팔당댐 저수용량의 2.8배에 해당된다. 상수도관의 내구연한은 보통 20년인데 이 연한을 넘긴 수도관이 전국 수도관 중 31%(6만3,190㎞)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도관 노후화로 인한 누수율은 지역별 편차가 심해 대도시의 누수율은 낮은 반면 지방은 상대적으로 높다. 제주도는 전체 공급량의 절반에 가까운 41.1%의 수돗물이 새고 있다. 전남(25.0%)과 경북(24.7%)의 누수율도 높다. 전문가들은 최근 극심한 가뭄과 도서지역 물 부족 등 커지는 물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노후관 개량 등을 통해 버려지는 물부터 최소화하면서 안정된 수자원을 확보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물 관리 전문 공기업인 케이워터가 상수도 시설 개량이 시급한 지자체로부터 지방 상수도 위ㆍ수탁을 받아 노후 상수도시설 개량에 나선 것은 이런 차원에서 주목된다. 케이워터는 23개 지자체 지방상수도를 수탁한 후 고객만족도는 66.3점에서 81.7점으로 크게 올랐다. 유수율도 60.6%에서 84.3%로 향상됐다.
케이워터는 나아가 스마트 물관리 모델(SWMㆍSmart Water Management)로, ‘똑똑한 물 복지’를 지향하고 있다. 이는 수돗물 공급 전 과정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 과학적인 수량ㆍ수질 관리와 수돗물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소비자가 믿고 마실 수 있는 물 공급 체계를 구축하는 것을 일컫는다.
케이워터는 이미 스마트 물관리 모델을 적용한 파주시 시범사업으로 사업 전 1%였던 파주시 수돗물 직접 음용률을 36.3%로 개선했다. 주민 사업만족도는 93.8%에 달하고 있다. 수돗물 공급의 모든 과정을 실시간으로 감시ㆍ제어하고 필요한 경우 관 세척 등을 통해 건강한 수돗물을 가정 내 수도꼭지까지 안전하게 공급하는 첨단 시스템을 구축한 덕이다. 케이워터는 수질정보 제공(수질전광판, 스마트폰 앱), 방문 수질검사, 옥내배관 진단, 음수대 설치 등의 사업도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케이워터는 최근 ‘세종시 스마트 워터시티 구축 시범 사업’에도 착수했다. 이학수 케이워터 사장은 “누구나 걱정 없이 물을 이용할 수 있는 물 복지 실현은 국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과 직결된 사안”이라며 “물 관리 전문 공기업으로서 취약계층의 물 사용 환경 개선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기중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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