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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서 잡은 푸지데몬… 스페인 송환 여부 골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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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서 잡은 푸지데몬… 스페인 송환 여부 골머리

입력
2018.03.26 18:05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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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포 피해 핀란드 탈출했지만

스페인 정보기관, 독일 경찰과 공조

언론 “푸지데몬, 독일에 망명 신청”

독일, 60일 내 신병 처리 결정해야

25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카를레스 푸지데몬 전 수반 연행에 항의하는 시위가 발생, 컨테이너가 불타고 있다. 바르셀로나= EPA 연합뉴스
25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카를레스 푸지데몬 전 수반 연행에 항의하는 시위가 발생, 컨테이너가 불타고 있다. 바르셀로나= EPA 연합뉴스

스페인으로부터 카탈루냐 분리독립운동을 추진하다가 지난해 10월 벨기에로 피신했던 카를레스 푸지데몬(56) 전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이 25일(현지시간) 독일에서 체포됐다. 국제사회의 비난을 사지 않으면서도 ‘반란 수괴’의 신병을 확보하기 위해 은밀하게 움직인 스페인 정부의 집요한 노력의 결과다.

26일 영국 텔레그래프, 독일 쥐트도이체자이퉁 등에 따르면 푸지데몬 전 수반 체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스페인 정보기관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벨기에 남동부 워털루에 망명 중이던 푸지데몬은 22일 핀란드 헬싱키를 방문, 핀란드 국회의원들을 만났다. 지난 1월에도 벨기에를 떠나 덴마크를 방문한 바 있어 체포 위험을 느끼지 못한 것으로 보이던 푸지데몬 측에 비상이 걸린 건 지난 23일 금요일. 스페인 대법원이 푸지데몬 등 독립운동 지도자 7명에 대해 폭동선동(sedition)과 반역(rebellion) 혐의로 유럽연합(EU) 체포영장을 발부했기 때문. 2004년 도입된 EU 체포영장에 따라 회원국들은 다른 회원국에 범죄인 신병인도를 요청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핀란드 당국이 체포 절차에 나섰지만, 정보를 입수한 푸지데몬은 그사이 핀란드를 빠져 나갔다. 24일 오후 핀란드에서 벨기에로 향하는 항공편이 예약돼 있었지만 차량으로 이동한 것. 영국 가디언은 스페인 당국이 스페인어로 된 체포영장을 영어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시간을 지체하는 바람에 핀란드 국경을 벗어날 수 있었다고 보도했다.

핀란드를 가까스로 탈출한 푸지데몬을 독일 경찰이 체포할 수 있었던 데는 스페인 정보기관의 역할이 컸다. 25일 오전 11시19분 덴마크와 독일 접경 지대인 슐레스비히홀스타인주 A7 고속도로에서 독일 경찰에 붙잡혔다. 가디언은 “유럽 각국 경찰의 정보 공유 절차에 따라 스페인 정보기관이 독일 경찰에 정보를 제공했다”고 보도했다.

정보기관 활약으로 신병인도에 소극적이던 벨기에 밖으로 푸지데몬을 끌어 냈으나, 스페인 정부가 독일로부터 ‘반란 수괴’를 넘겨받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인도 여부는 독일 슐레스비히홀스타인 주법원이 60일 내에 결정할 예정인데, 독일 법조계에서 그의 신병처리 여부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우선 EU영장에 적시된 푸지데몬 전 수반의 반역 혐의가 독일의 현행법으로는 처벌할 수 없다는 점이 문제다. 독일법상 처벌이 가능해야만 범죄인을 타국에 인도할 수 있다. 영장에 적시된 또 다른 혐의인 폭동선동은 처벌이 가능하지만, 독일법은 폭력을 사용해 헌정질서를 어지럽힌 경우만 혐의로 인정한다.

스페인 정부는 푸지데몬 등이 지난해 10월 카탈루냐 독립 국민투표를 주도하면서 폭력을 사용했다고 주장하지만, 국제사회는 당시 투표절차가 평화적으로 이뤄졌다고 보고 있다. 다만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지난해부터 카탈루냐 독립문제에 대해 스페인 정부를 지지해 온 입장이라 푸지데몬이 전격적으로 스페인에 인도될 가능성도 있다. 이와 관련, 독일 언론은 푸지데몬이 독일 정부에 망명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독일 정치권에서도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독일 좌파당은 “(푸지데몬 체포에 대해) 수치스러운 일”이라며 메르켈 정부를 비판했다. 쥐트도이체자이퉁은 이날 “독일은 처음으로 정치범 문제를 마주하게 됐다”며 정치적 논란이 일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푸지데몬 체포 소식이 전해진 25일 바르셀로나 등 카탈루냐 지역에서는 이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바르셀로나에서는 시위대가 도로를 봉쇄하면서 스페인 북부 고속도로 통행이 전면 중단됐고 시위대 90명과 경찰관 22명 등이 부상했다.

이왕구 기자 fab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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