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간장 제조사 샘표는 지난 2003년부터 이탈리아 전문 식재료 브랜드 `폰타나`를 개발해 파스타와 스프, 샐러드 드레싱 등을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폰타나 제품에서는 샘표 로고를 찾아볼 수 없다. 샘표 하면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인 간장이 이탈리아 식재료 판매에 별 도움이 안 된다고 판단해 샘표 측이 굳이 회사 로고를 제품에 병기하지 않은 것이다.
매일유업이 운영하는 고급 커피전문점 `폴바셋` 매장에서도 매일유업의 흔적을 찾기는 쉽지 않다. 지금은 매일유업이 폴바셋 운영사라는 게 많이 알려졌지만 매장 오픈 초기만 해도 외국 전문 커피전문점이 국내에 직접 진출한 것으로 아는 사람이 더 많았다. 매일유업도 고급 커피점으로 인기를 얻어가는 폴바셋 브랜드의 성장을 위해 운영사의 이름을 굳이 강조하지 않는 전략을 택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새 수익원 발굴을 위해 사업 다각화에 나서는 식품업체 사이에서 원 제조사 이름 노출을 피하려는 이른바 ‘히든 마케팅’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히든마케팅은 수십 년 간 유지해 온 회사 이름이 새로 시작하는 사업 이미지와 잘 맞지 않을 경우 주로 활용된다. 한국 대표 음식재료인 간장을 만드는 샘표가 이탈리아 식재료 제조ㆍ판매 사업을 시작할 때 이 전략을 썼다. 샘표 관계자는 “이탈리아 식재료와 간장 사이에 큰 연관성이 없기 때문에 샘표라는 회사 이름을 폰타나 제품에 밝히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히든마케팅은 새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호기심을 높이거나 본사와는 다른 경쟁력을 가진 별도 브랜드로 키우려는 전략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최근 커피나 디저트 매장을 새 수익원으로 발굴하고 있는 유업계가 대표적이다.
남양유업은 지난 2014년 아이스크림ㆍ디저트 전문 매장인 ‘백미당 1964’를 오픈했지만 매장 등에서 운영사 이름을 적극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백미당 1964라는 이름에 남양유업의 창립연도(1964년)가 포함돼 있지만, 백미당과 남양유업의 연결고리를 찾아내는 소비자는 많지 않았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백미당이라는 자체 브랜드로 소비자에게 평가 받고 싶어 매장에 남양유업 브랜드를 별도로 게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2013년 커피전문점 폴바셋을 연 매일유업도 비슷한 경우다. 매장 초기 폴바셋이 어느 나라 커피전문점인지 호기심을 보이는 소비자가 많았지만 매일유업은 운영사 이름을 매장에 공개하지 않았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커피나 아이스크림 등 좋은 제품 자체로 평가 받겠다는 게 회사의 기본 방침이었다”고 말했다.
식음료 업계 관계자는 “한가지 식음료만 전문적으로 팔던 회사들이 새 수익원 발굴을 위해 점차 사업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며 “새 브랜드 성공을 위해 히든마케팅 전략을 쓰는 업체들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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