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단체 언급 인용 마이니치 신문 보도
국영매체 보도 없지만 간부들에 설명 나서
북한 지도부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월까지 북미 정상회담 개최에 합의한 것에 대해 ‘외교적 승리’라고 자평하고 있다고 마이니치신문이 26일 보도했다. 북한은 전날까지 조선중앙통신이나 노동신문 등 국영매체를 통해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보도하지 않고 있지만, 지도부는 내부적으로 체제 단속을 위해 당 간부들을 대상으로 단계적인 설명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마이니치신문은 이날 북한에 정보원을 둔 탈북자단체 관계자의 언급을 근거로, 최근 노동당이 중견 간부를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외교적인 승리로 미국과의 담판이 가능한 환경이 마련됐다”고 설명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외교적인 승리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없었지만, 김정은 위원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전면에 내세운 이후 북한이 주도하는 형태로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의 분위기가 조성됐다는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북미 정상회담의 경우 올해 일련의 협상을 통해 북한이 승리를 이끌어 낸 것으로 북한 지도부가 선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강연에서 언급된 ‘담판’이란 표현은 북한이 한국전쟁과 관련해 사용되는 경우가 많은데, 특히 북한과 중국군이 유엔군과 1953년 7월 휴전협정을 체결했던 협상을 지칭하며 많이 사용됐다고 신문은 전했다. 북한은 그 동안 핵과 탄도미사일 개발을 통해 위협을 높인 다음 자신들에게 유리한 형태로 한국과 미국 등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는 전술을 취해왔다. 이처럼 국내적으로 강경한 입장을 유지함으로써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할 수 있는 마련됐다고 설명할 가능성이 있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북한 노동신문은 지난 23일 미국의 경제 제재와 관련해 “제재를 계속 유지하겠다는 것은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지 않겠다는 것이나 같다”고 비판하는 등 대미 강경기조를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도 최근 외교안보라인을 대북 강경파들로 교체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체제 단속에 나선 북한의 의도대로 북미 정상회담이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북미 정상회담이라는 중요한 이벤트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안보라인을 새롭게 정비한 것은 정상회담에서 북한을 강하게 압박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대체적이다. 때문에 북한이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이행과 관련해 미국이 수용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지 않을 경우엔 미국이 더욱 강한 압박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도쿄=김회경 기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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