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대통령이 구속 기소됐다. 이 전대통령은 후보 시절 도곡동 딸과 BBK 의혹을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일축했다. 대통령 재임 시절엔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고 자부했다. 재판 결과, 이런 의혹들이 사실로 드러나면 여태껏 자신이 해왔던 해명은 모두 거짓이 될 수 있다.
이런 거창한 거짓말이 아니어도 사람들은 생각보다 자주 거짓말을 한다고 한다.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또는 갈등을 일으키지 않기 위해 하는 ‘선의의 거짓말’인 ‘하얀 거짓말’을 포함하면 보통 사람은 하루에 열 번 이상 크고 작은 거짓말을 한다고 한다.
형사사건에서 거짓말을 판별해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사람들이 거짓말을 할 때는 대개 정서불안으로 맥박, 혈압, 호흡수, 땀 등에 변화가 나타난다. 이들 변화를 측정해 거짓말 유무를 판단하는 폴리그라프(polygraphㆍ거짓말 탐지기)를 이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뻔뻔한 사람들은 거짓말을 하면서도 전혀 감정 변화가 나타나지 않아 거짓말 탐지기의 정확성에 의문이 많았다. 거짓말 탐지기는 거짓말 자체를 직접 판단하는 게 아니고, 자극에 반응해 일어나는 신체의 생리 변화를 바탕으로 측정하는 기계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최근에는 뇌 변화를 직접 측정해 거짓말 유무를 가리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피의자에게 일상적인 그림을 보여주다가 그 중간 중간에 범죄장면과 관련된 그림을 보여주면 범죄자는 겉으로 드러나는 감정 변화가 없더라도 무의식적으로 생리적 반응을 일으킨다. 이런 뇌파의 변화를 측정해 거짓말을 탐지하기도 한다.
거짓말을 할 때 나타나는 행동적인 특징들도 있다. 거짓말할 때는 진실을 말할 때보다 반응속도가 약간 느리다. 눈을 깜빡 거리기도 하고, 침을 삼키거나 헛기침 등을 하기도 한다. 자신의 차림새를 바꾸기도 하는데, 안경을 고쳐 쓴다든지 넥타이나 소매를 바로 잡기도 하고, 머리가락을 뒤로 넘기기도 한다. 우리 뇌는 말과 행동이 자연스럽게 어울리도록 작동하는데, 이런 모든 행동이 말과 행동이 어긋나는 자연스럽지 못한 경우이다.
거짓말은 사전적 의미로는 ‘속일 목적으로 하는 진실되지 않는 진술’이다. 거짓말을 하려면 과거의 사건이나 경험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고 있어야 하고, 이후 거짓말할 준비를 한 뒤 마지막으로 진실과 반대되는 진술을 하게 된다. 마지막 두 단계에서는 진실 반응을 억제해야 하고, 진실인 내용을 거짓으로 바꾸는 의식적인 인지적 노력이 필요하다. 이는 뇌 작용을 필요로 한다.
최근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을 이용한 미국 MIT와 웨인대의 공동연구에 따르면, 거짓말을 하면 진실을 말하고자 하는 욕구를 의식적으로 억제하기 위해 뇌 영역 중 전두엽과 두정엽이 활성화된다고 한다. 이를 측정한다면 지금보다 거짓말을 좀 더 완벽히 가려낼 수 있을 날이 올 것이다.
사람들은 일상 생활 속에서 크고 작은 거짓말을 반복하기에 거짓말이 다 나쁘기만 하다고 볼 수는 없다. 흔히 알고 있는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한 목적으로 악의가 전혀 없는 선의의 거짓말도 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하는 칭찬으로 핑크색 거짓말도 있기 때문이다. 이 밖에 관심을 끌기 위해 일부러 부풀리거나 아픈 척해 병원을 자주 방문하는 ‘뮌하우젠 증후군’이라는 것도 있다.
다만, 거짓말이 너무 만연해 진실을 덮고, 오히려 정직한 사람이 손해를 보는 사회는 결코 올바른 사회가 아니다. 따라서 앞으로 수사과정에서 거짓말을 객관적으로 판별해내는 정확도 높은 기술이 발달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 전에 더 중요한 것은 진실이 미덕인 사회적 분위기를 유지하고 개인이 진실을 말할 수 있는 용기와 품성을 갖는 것이다.
‘많은 사람을 일시적으로 속일 수 있고, 일부 사람을 영원히 속일 수 있지만, 많은 사람을 영원히 속일 수 없다’는 격언이 있다. 사회지도층마저 거짓말을 일삼는 시대에 우리 모두가 다시 한번 되새겨보아야 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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