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에 유통되는 쌀이 부족해지면서 정부가 지난해 사들인 공공비축미를 되팔기로 했다. 지난해 수확기에 산지 쌀값을 올리려 실시했던 과도한 수매 정책이 되레 수급 불안정을 초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17년산 공공비축미 8만4,000톤을 민간에 판매하기로 했다고 26일 밝혔다. 벼를 매입해 가공ㆍ유통하는 미곡종합처리장(RPC), 건조저장시설(DSC), 소규모 중간 유통상 등이 정부가 내놓은 쌀을 구매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지난해 수확기에 사들인 공공비축미를 되파는 것은 시장의 물량 부족 때문이다. 농식품부는 지난해 9월 말 20년 수준으로 하락한 쌀값을 끌어올리겠다며 대대적인 쌀 수매를 골자로 한 수급안정대책을 시행했다. 지난해 쌀 생산량은 재배면적 감소, 가뭄 등으로 전년 대비 6% 가까이 감소해 400만톤을 밑돌았지만, 당국은 쌀값 안정에만 열중해 72만톤(공공비축미 35톤+시장 격리 37톤)의 햅쌀을 사들였다. 시장 격리 물량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정부의 과도한 수급대책 시행 후 쌀 시장은 물량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3월 쌀 관측 속보에 따르면 농협이 보유한 쌀 재고는 전년 대비 29.4% 감소했고, 민간 미곡종합처리장에서 보유한 쌀 재고 역시 41.5% 줄었다. 생산량 감소와 정부의 대량 수매 여파가 겹친 탓이다. 소규모 유통업자들 사이에서는 “재고 부족을 넘어 도산 직전”이라는 불만까지 흘러나오는 실정이다.
쌀값도 급등 추세다. 정부의 수급안정대책 발표 직전인 지난해 9월 15일 13만2,672원(80㎏ 기준)이었던 산지 쌀값은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며 이달 15일 16만9,264원을 기록했다. 6개월 만에 27.5%나 오른 것이다. 쌀 가격 상승폭 또한 1월(0.8%)→2월(1.0%)→3월(1.6%)로 갈수록 커지고 있다. 재고 부족 상황이 계속될 경우 추가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 심리가 번져 가격 인상폭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김종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곡물실장은 “시장에서 부족한 쌀 물량은 20만톤 정도로 추정된다”며 “이번 8만4,000톤 공급 조치로 쌀값 급등세가 완화되긴 하겠지만 워낙 평년과 다른 양상으로 쌀값이 움직여 예단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