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철강 면세 얻는 대신 수출 30% 축소
한국산 픽업트럭 관세 20년 연장
농업 개방ㆍ美 車 부품 의무사용 저지
ISDS 소송 남발 방지 관철은 성과
#2
김현종 “불확실성 제거로 교역 도움”
트럼프, 관세폭탄 압박해 실속 챙겨
한국은 철강에서 고율 관세를 면제받는 대가로 미국 철강 수출 물량을 줄이고, 미국 자동차의 한국 수출 문턱을 낮추는 것으로 한ㆍ미 간 철강관세와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이 타결됐다. 애초 우려보다 타격이 덜해 “선방했다”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원하면 한국은 양보해야 한다는 전례를 남긴 만큼 결국 트럼프 대통령 뜻대로 결론이 난 협상이기도 하다. 특히 올 11월 미 중간선거를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무역 분야 카드는 반덤핑 및 상계관세,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조치) 등 여러 가지 남아있어 안심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26일 외교부 청사에서 철강관세 협상과 한미 FTA 개정협상에 대한 결과를 발표했다. ▦철강관세 면제 대신 대미 수출물량 쿼터(할당량)를 현재의 70%로 축소 ▦미국에 수출하는 한국산 픽업트럭에 대한 관세부과 만료를 기존 2021년에서 2041년까지 20년 연장 ▦미국산 자동차가 자국 안전기준만 충족해도 업체별로 연간 5만대(현행 2만5,000대)까지 한국 수출 물량확대 등이 골자다. 김 본부장은 “이번 합의를 통해 철강관세 면제 여부와 한미 FTA 협상이라는 두 가지 큰 불확실성을 제거했다”며 “우리 기업들이 불안해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대미 교역을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게다가 FTA 개정 협상 과정에서 미국이 요구한 ▦농업 추가 개방 ▦미국산 자동차 부품 의무사용 ▦원산지 규정 강화 ▦FTA로 철폐된 관세 부활 등을 저지했고, 우리 정부가 요구한 ▦투자자-국가 소송제(ISDS) 개선 관련 투자자의 소송 남발 방지 등은 관철시켰다. 또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을 겨냥해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던 반덤핑 및 상계관세 등 무역규제 조치와 관련해서도 절차상 투명성을 확보하도록 한미 FTA 협정문을 개정하기로 했다. 제현정 무역협회 통상지원단 차장은 “이번 협상을 통해 당분간 무역분야에서 한국은 미국의 집중포화 대상에서 벗어날 것 같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트럼프 미 행정부가 출범한 이후 ▦한국산 철강에 대한 잇단 반덤핑 및 상계관세 조치 ▦한국산 세탁기와 태양광 전지ㆍ모듈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조치) 등을 발동해, 이미 한국 수출품에 대한 무역장벽을 높이 세운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미국이 ‘판정승’을 거둔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미국의 세이프가드 조치가 향후 한국의 대미 수출 최대품목인 반도체 분야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김 본부장은 이날 “세이프가드나 반덤핑 등 무역구제 조치는 기업 대 기업 차원에서 제소하는 것이지 정부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며 “이번 협상 타결이 이런 부분의 무역장벽도 해소할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한다”며 유보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또 한국이 철강관세 예외국이 된 것도 미국의 손익계산에 따라 얼마든지 뒤집어질 수 있다고 분석한다. 미국이 이번 협상으로 한국을 철강관세 예외국으로 지정했지만 ‘영구 면제’를 결정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에 부과된 철강 쿼터의 적용 시한도 정하지 못했다. 김 본부장은 “철강 쿼터 적용기간은 미국 정부가 자국 업체가 얼마나 피해를 보는지 조사한 후 결정할 것”이라며 “우리 정부는 철강 쿼터 시한을 정하기 위해 미국과 실무진 차원에서 협의를 지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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