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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났는데… 쇠사슬로 잠긴 학교 기숙사 정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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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났는데… 쇠사슬로 잠긴 학교 기숙사 정문

입력
2018.03.26 16:38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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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 비상구도 막혀 큰일 날 뻔

경보 울렸는데 대피 못하고

“큰불 아냐” 탈출도 거부당해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아찔’

[저작권 한국일보]서울예술종합실용학교 기숙사 1층 현관문으로 26일 한 학생이 들어가고 있다. 강진구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서울예술종합실용학교 기숙사 1층 현관문으로 26일 한 학생이 들어가고 있다. 강진구 기자

서울 한 예술계열 전문학교 기숙사의 비상구와 정문이 잠겨 있던 바람에 학생들이 화재에 대피하지 못할 뻔했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6일 서울 수서경찰서와 강남소방서 등에 따르면 15일 오전 2시 40분쯤 강남구에 있는 50명 규모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 기숙사에서 불이 났다. 당시 기숙사에서 잠을 자다 갑작스레 울린 화재경보에 당황한 학생들은 119에 신고를 하고, 1층 정문을 통해 건물 밖으로 탈출을 시도했다. 1층 비상구가 잠겨 있어 정문 외에 별다른 대피로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문 유리문조차 쇠사슬로 감겨져 있던 탓에 열 수가 없었다. 학부모들은 “학생들이 당시 함께 실내에 있던 건물 경비원에게 문을 열어달라고 했으나 큰 화재가 아니라는 이유로 거부당했다”고 주장했다. 학생들은 결국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관이 유압장치로 쇠사슬을 끊은 뒤에야 탈출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학생 한 명이 연기를 들이마셔 병원으로 이송되기도 했으나,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소방 조사 결과 이날 화재는 한 학생이 공용주방 전기레인지에 달걀을 삶으려 냄비를 올려뒀다가 깜박 잊는 바람에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건물 내부가 불에 타는 등의 직접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연기가 많이 난 탓에 질식 등 인명피해 위험은 있었다는 게 소방당국 설명이다. 소방당국은 항시 개방돼 있어야 하는 기숙사 1층 비상구를 폐쇄한 학교 조치가 소방법 위반 사안이라 판단해 화재 당일 과태료를 부과했고, 다음날 소방특별점검 중 소방시설 문제가 추가 발견돼 시정조치를 통보했다.

#소방당국 시정ㆍ위험 우려 불구

사고 후에도 정문 폐쇄 유지

15일 화재가 발생한 이후에도 정문을 잠가 놓은 서울예술종합실용학교 기숙사 정문. 독자 제공
15일 화재가 발생한 이후에도 정문을 잠가 놓은 서울예술종합실용학교 기숙사 정문. 독자 제공

학부모들은 기숙사를 사실상 폐쇄했던 학교에 대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이들은 “제천 화재참사가 발생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또다시 이러한 문제가 발생했다”라며 “‘가만 있으라’던 세월호 참사와 다른 게 무엇이냐”고 주장했다. 일부 학부모는 “학교에서는 오후 11시 이후 취사금지 규정을 어긴 학생들에게 화재 책임을 돌리고 있다”라며 “심야시간에 야식을 조리한 것과 당시 유일한 비상구였던 정문을 쇠사슬로 잠근 것 중 어느 쪽이 더 심각한 문제인가”라고 따졌다.

소방당국 조치와 학부모들 문제제기에도 학교는 심야시간 정문 폐쇄 조치를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화재 5일 뒤인 20일 새벽 학부모들과 점검 차 기숙사를 방문했을 때도 정문이 잠겨 있었다고 밝혔다.

학교 측은 ‘일부 책임은 인정하지만 억울한 부분도 있다’는 입장이다. 학교 관계자는 “정문을 잠근 것은 방범 등 안전을 위한 조치였다”라며 “1층 비상구는 잠겨 있었지만 다른 층 비상구는 열려 있었다”고 해명했다. 경비원의 당시 대처에 대해서는 “화재가 경미했기 때문”이라며 “해당 경비원은 사고 이후 해고했다”고 밝혔다.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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