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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문재인의 미세먼지 공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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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문재인의 미세먼지 공약

입력
2018.03.26 15:41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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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어머니께서 피란 내려와 거제도를 보셨을 때 받았던 첫인상은 ‘온통 새파란 세상’이었습니다. 파란 하늘 깨끗한 공기는 오직 자유의 냄새만이 배어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고 안심하고 숨 쉴 수 있는 대한민국, 꼭 만들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약속했다. 대통령 취임 5일 만에 초등학교를 찾아가 어린이들 앞에서 미세먼지 대책을 발표한 것도 공약을 지키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었다. 그 모습을 지켜본 많은 학부모들은 든든한 신뢰감을 느꼈다.

▦ 10개월이 지나 미세먼지가 전국을 뒤덮은 26일 시민들은 한결같이 정부를 성토했다. “마스크 쓰라고 강조하기 전에 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되는 것 아니냐””미세먼지가 매년 심해지는데 왜 해결을 못하는지 답답하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공기가 맑은 국가로 이민 가고 싶다””미세먼지 때문에 못 살겠습니다. 살려 주세요” 등의 하소연이 봇물을 이뤘다. 어린이를 둔 학부모들은 실내공기가 괜찮은 학원 리스트를 공유하느라 바쁘고, 미세먼지를 피해 강원도로 ‘피난’을 떠났다는 이들도 있다.

▦ 정부가 범부처 프로젝트인 ‘미세먼지 관리 종합대책’을 내놓은 지 6개월이 지났다. 7조2,000억원을 투입하는 미세먼지 30% 감축 로드맵이었다. 하지만 컨트롤타워부터 분명하지 않으니 부처별로 손발이 맞지 않는다. 중국발 미세먼지가 30~50%에 이르는 만큼 대중국 외교가 절실하지만 할 말도 제대로 못하는 실정이다. 국회도 ‘공범’이다. 민간부문 차량 강제 2부제 실시 등 미세먼지 저감 대책 중 상당수가 국회에 발이 묶여 있다. 관련 법안이 총 49건에 이르지만 올 들어 통과된 법안은 한 건도 없다.

▦ 메르스 사태 때 미흡한 대처로 박근혜 정부가 큰 타격을 입은 데서 보듯, 시민의 건강과 환경 문제는 정부 지지도와 직결된다. 문재인 정부 헌법 개정안에 생명권과 안전권을 명시한 것은 국가의 책무로 여겼기 때문이다. 정부의 미세먼지 대응에는 구제역이나 AI(조류 인플루엔자)가 발생했을 때 정부 전체가 팔을 걷어붙이고 수습에 나섰던 절박함이 보이지 않는다. 지금 헌법 개정이나 남북 정상회담보다 자유롭게 숨 쉴 권리의 보장이 더 중요하다는 시민들의 말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이충재 수석논설위원 cj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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