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원지휘했던 거장 무티 존경해
상임지휘자 맡기로 마음 먹어…
9월 비르투오소 시리즈서 첫 선
유럽 무대에서 가장 활발히 활동하는 지휘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이탈리아의 마시모 자네티(56)가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경기필) 상임지휘자를 맡는다. 그는 9월부터 2년간 경기필을 이끈다.
유럽의 유서 깊은 악단들과 함께 해 온 지휘자가 1997년 창단된 한국의 지방 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를 맡게 된 이유를 무엇일까. 26일 경기 성남시 스타트업캠퍼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자네티 상임지휘자는 “경기필은 짧은 기간에도 엄청난 음악적 영감을 키워 온 젊은 오케스트라”라며 “지휘자로서 좋은 기회이자 또 다른 면으로는 도전”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이탈리아 출신 거장 지휘자 리카르도 무티(77)가 최근 경기필을 객원 지휘했다는 점이 영향을 끼쳤다고 자네티는 밝혔다. “무티는 제가 어렸을 때부터 존경해 온 지휘자입니다. 같이 일할 파트너를 고르는데 까다로운 그가 경기필을 선택한 것을 보고 아주 놀랐어요. 게다가 그가 한 번에 그친 게 아니라 한 번 더 지휘했다는 사실에 더욱 경기필에 호기심을 갖게 됐어요.” 무티는 2016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경기필을 지휘했다.
자네티 상임지휘자는 경기필을 “음악적으로나 기술적으로 잘 훈련된 오케스트라”라고 평했다. 그는 “현악기 연주자들의 활 사용을 보면 전반적인 수준을 알 수 있는데 모두가 같은 모습으로 같은 부분을 연주하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고 말했다. 자네티 상임지휘자는 “경기필이 연주하는 차이콥스키 교향곡 5번을 들었을 때 클라리넷 솔로를 비롯한 관악기들도 훌륭했다”고 덧붙였다.
자네티 상임지휘자는 그 동안 독일 드레스덴 슈타츠카팔레(국립관현악단), 베를린 슈타츠카팔레, 베를린 슈타츠오퍼(국립오페라극장), 드레스덴 젬퍼오퍼 등 세계 최정상 악단들과 수많은 오페라를 공연했다. 최근에는 러시아 국립오케스트라와 모스크바 로스트로포비치 페스티벌에서 데뷔 무대를 가졌다.
경기필은 성시연 전 상임지휘자 퇴임 후 한 동안 객원지휘자 시스템을 유지할 것이라 밝혔었다. 다양한 성향을 지닌 최정상급 지휘자들이 경기필을 지휘하는 ‘비르투오소 시리즈’를 통해 실력을 키우겠다는 계획이었다. 자네티는 이 비르투오소 시리즈에서 얍 판 츠베덴, 니콜라이 즈나이더, 다니엘레 가티 등과 함께 객원지휘자로 초청됐다가 상임지휘자까지 맡게 됐다. 자네티 상임지휘자는 9월 7일 경기도문화의전당과 8일 예술의전당에서 진행되는 비르투오소 시리즈 공연을 지휘하고, 이어 취임연주회를 가질 예정이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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