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개교 앞둔 서진ㆍ나래학교
설립 반대 주민들 기습 집회
교육감 막아서며 몸싸움까지
내년 9월 개교를 앞둔 서울 특수학교의 설명회가 또다시 일부 주민들의 반대로 아수라장이 됐다. 지난해 9월 장애학생 학부모들이 지역 주민들에게 무릎을 꿇어가며 학교를 짓게 해 달라고 한 사실이 알려지며 특수학교 설립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커진 지도 6개월이 흘렀지만, 이를 둘러싼 편견은 여전했다.
26일 서울 강서구 옛 공진초교 건물에서는 서울시교육청 주최로 ‘주민과 교육공동체가 함께하는 서울 특수학교 설립추진 설명회’가 개최됐다. 이번 설명회는 17년 만에 신설되는 특수학교인 서진학교를 비롯해 서초구 나래학교의 설립 추진 현황과 주민편의시설 설치 계획 등을 설명하는 자리로, 주민과 장애학생 학부모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하지만 설명회는 시작 전부터 일부 주민들의 극심한 반발로 난항을 겪었다. 강서구특수학교설립반대추진 비상대책위원회 회원 20여명이 이날 기습적으로 설명회 철회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주민과 협의하겠다던 교육청 측이 주민 이야기는 듣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부터다. 주민들은 “강서구 주민임을 확인하고 입장하라”고 입장객에 엄포를 놓는가 하면, 건물로 들어서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을 막아서며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조 교육감을 따라 건물로 들어 선 주민들이 확성기를 켜고 “당장 멈추라”고 고함을 지르면서 설명회 시작은 20여분 간 지연됐다. 겨우 입을 뗀 조 교육감은 “경기 파주시의 ‘지혜의 숲’ 같은 도서관과 편의시설이 있는 복합문화공간을 만들어 지역문화 활성화에 기여하겠다”고 설득했지만, 주민들은 “서울 25개 구 가운데 특수학교가 없는 8개 구에 먼저 세우고 이미 특수학교가 있는 강서구에는 나중에 지으라”고 반발했다.
장애학생 학부모들은 이번에도 애를 태웠다. 자폐성 장애 아들을 둔 최모(41)씨는 “지난해 9월 설명회 이후 주민들이 마음을 많이 열어주신 줄 알았는데 일부 반대가 극심해 안타까울 수 밖에 없다”며 “부디 장애 아이들의 열악한 교육 여건을 좀더 깊이 이해해주시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결국 설명회는 반대 목소리를 내는 주민과 교육청 측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며 끝났다. 조 교육감은 “6개월간 주민협의를 거쳤기 때문에 반대가 이 정도로 심할 줄은 몰랐다”면서 “특수학교 설립이 지역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주민들의 생각을 바꿀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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