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시스 ‘2세 경영’ 신호탄
한샘은 전문경영인 체제 굳혀
향후 실적 두고 업계 관심집중
국내 가구업계 1, 2위를 다투는 한샘과 퍼시스가 확연히 다른 후계구도를 펼치고 있다. 한샘이 오너 일가의 회사 경영 참여를 제한하며 전문 경영인 체제를 확고히 해 가는 반면, 퍼시스는 창업주의 장남이 회사 경영권을 물려받는 가업 승계 방식을 택하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의자 전문 가구 ‘시디즈’, 학생용 가구 ‘일룸’ 등의 브랜드를 운영하는 종합가구사 퍼시스그룹의 창업주 손동창(70) 회장은 최근 등기 이사직을 사임하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손 회장은 지난해 대표이사에서도 물러나며 경영 은퇴를 준비해 왔다.
손 회장의 등기 이사직 사퇴는 ‘2세 경영’ 시대 개막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손 회장의 장남 손태희(38) 퍼시스 부사장은 지난 2014년 등기 이사에 이름을 올린 뒤 그간 경영수업을 받아 왔다. 특히 손 부사장은 그룹 계열사 중 최근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일룸의 최대주주로, 지분 구조상으로도 그룹 내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향후 일룸이 퍼시스와 합병할 경우 손 부사장은 퍼시스 지분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게 된다”며 “손 회장의 등기이사 사퇴 이후 손 부사장의 그룹 지배력을 높이기 위한 그룹 내 계열사 지분정리 작업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국내 최대 가구업체 한샘은 전문 경영인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창업주인 조창걸(79) 명예회장 자녀들이 회사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있어, 앞으로도 전문 경영인 체제는 더 강화될 전망이다.
현재 한샘 경영은 전문 경영인인 최양하(69) 회장이 맡고 있다. 그는 1994년 대표이사를 맡은 후 24년 간 회사 경영을 실질적으로 책임지고 있다. 조 명예회장의 자녀들도 회사와 거리를 두고 있다. 조 명예회장 자녀 중 한샘의 주요 등기 임원진에 이름을 올린 사람은 없다. 주요 주주 구성을 봐도 가업 승계가 이뤄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조 명예회장의 자녀와 사위가 현재 회사 지분을 일부 보유하고 있지만 지분율이 2% 미만으로 후계 구도상 의미 있는 수치가 아니다. 특히 최대주주인 조 명예회장이 ‘한샘 드뷰연구재단’에 보유주식 절반인 260만주를 기부하기로 하면서 오너 일가가 경영권을 물려받을 가능성은 희박해진 상태다.
가구업계 관계자는 “최근 한샘과 퍼시스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양사의 서로 다른 후계구도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며 “전문경영인 체제와 가업승계 방식 중 향후 어느 쪽이 더 좋은 경영 실적을 올릴지도 업계 관심사 중 하나”라고 말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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