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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시로 이사갔는데 귀촌?... 귀농ㆍ귀촌인 ‘엉터리 통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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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시로 이사갔는데 귀촌?... 귀농ㆍ귀촌인 ‘엉터리 통계’

입력
2018.03.26 04:4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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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행정구역 ‘동’서 ‘읍ㆍ면’ 이주 규정

대도시 직장인 집값 치솟아

읍ㆍ면 신도시 이사때도 ‘귀촌’

2016년 32만가구 ‘2년새 10배’

#2

읍ㆍ면 지역서 읍ㆍ면으로 이주 땐

농사 지어도 귀농인에 해당 안 돼

정착 지원 등 막대한 세금만 낭비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경기 화성시 봉담읍의 G아파트(총 442가구)에 살면서 서울로 출퇴근하던 A씨는 지난 2016년 직장 생활에 대한 염증에 농사를 짓겠다며 고향인 전남 화순으로 이사했다. 반면 서울 강남에 살던 제조업체 직원 B씨는 전셋값이 급등하자 같은 해 A씨가 살던 G아파트로 옮겨 서울로 출퇴근하고 있다.

상식적으로 A씨는 귀농인이고, B씨는 귀농ㆍ귀촌과 상관 없는 일반 직장인이다. 그러나 법적으로나 통계상으로 A씨는 귀농인이 아니라 단순히 주소를 옮긴 일반인으로, 주소만 옮긴 B씨가 귀촌인으로 분류된다. 왜 이럴까.

이는 귀농ㆍ귀촌에 관한 규정이 현실과 괴리가 크기 때문이다. 2015년 제정된 귀농ㆍ귀촌법에 따르면 귀농인은 ‘농촌 이외 지역에서 농업인이 되기 위해 농촌지역으로 이주하는 사람’을 뜻한다. 도시로 분류되는 행정구역 ‘동’에서 농촌 지역인 ‘읍ㆍ면’으로 이주하는 것이 현행법상 귀농인 셈이다. 이 때문에 읍ㆍ면 지역에 거주하던 직장인이 농촌으로 이사해 농업으로 전업해도 귀농인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당연히 정부의 귀농창업자금 지원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반면 귀촌인은 ‘농업인이 아닌 사람이 자발적으로 농촌으로 이주한 사람’을 말한다. 주소지만 읍ㆍ면으로 옮겼을 뿐 농촌ㆍ전원생활과 거리가 먼 B씨가 귀촌인 범주에 포함되는 이유다. 대도시 집값이나 전월세가 치솟아 신도시 읍ㆍ면 지역 아파트에 이동한 사람들도 모두 귀촌인으로 집계된다는 얘기다.

이러한 개념 정의의 오류는 통계 착시로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농림축산식품부는 귀농ㆍ귀촌가구가 크게 늘었다고 홍보하고 있지만 사실상 ‘거품’이 끼었을 가능성이 큰 셈이다. 특히 읍ㆍ면으로 분류되는 신도시에 대규모 아파트단지들이 우후죽순으로 들어선 게 귀촌가구를 크게 부풀렸다는 게 국회입법조사처의 지적이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귀농가구는 1만2,875호로 2014년(1만1,144가구) 대비 1,731호가 늘어난 데 비해 귀촌가구는 2016년 32만2,508가구로 2014년(3만3,442가구) 대비 10배 가까이 뛰었다. 2015년 법 제정 당시 새로운 귀촌 규정이 만들어지면서 ‘전원 생활 등을 목적으로 농어촌으로 이주한 자’에서 단순히 주소를 읍ㆍ면으로 옮긴 가구로 귀촌 가구의 개념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귀촌인 10명 중 6명(63.9%)이 40대 이하인 점도 치솟는 집값을 견디지 못한 젊은 층이 신도시 읍ㆍ면에 위치한 아파트로 옮겼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귀촌 가구가 많은 상위 5개 시ㆍ군이 최근 신도시가 들어선 경기 화성시ㆍ남양주시, 대구 달성군, 경기 광주시, 경남 양산시인 점도 읍ㆍ면 지역 인구 유입이 전원ㆍ농촌생활이 배경이 아님을 방증한다.

농식품부는 도시에서 농촌으로의 인구 유입을 활성화하기 위해 도시 지역(동)과 농촌 지역(읍ㆍ면)을 명확히 나눠 귀농ㆍ귀촌인을 집계하고 있다고 밝혔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읍ㆍ면→읍ㆍ면 이주보다는 동→읍ㆍ면 이주가 도시 인구 분산, 농촌 지역 유인 효과가 큰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통계를 바탕으로 이뤄지는 귀농ㆍ귀촌인에 대한 정부 지원은 큰 효과를 거두기 힘들다. 무엇보다 귀농ㆍ귀촌인을 위한 정부 지원이 엉뚱한 곳으로 가 막대한 세금만 낭비될 가능성도 크다. 배민식 국회 입법조사관은 “국토를 도시와 농촌으로 이분화해 도시에서 농촌으로의 이주를 귀촌으로 분류하는 것은 귀촌 움직임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며 “왜 지금 귀촌이 필요하고 이를 위한 지원이 절실한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안이한 규정”이라고 꼬집었다. 올해 도시민농촌유치지원, 귀농귀촌종합센터 운영 등 귀농귀촌활성화지원에는 128억1,500만원이 투입된다.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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