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양지원] 최근 장동건의 필모그래피는 꽤 흥미롭다. 지난 해 개봉한 영화 ‘브이아이피’에서 국익이 아닌 승진을 목표로 한 박재혁을 연기했고, 개봉을 앞둔 ‘창궐’에서 궁의 실세 병조판서 김자준 역으로 욕망에 찌든 캐릭터를 표현할 예정이다. 약 2년 만에 빛을 보게 된 ‘7년의 밤’에서도 비정한 아버지이자 복수에 눈이 먼 오영제 역을 맡아 파격적인 연기를 펼쳤다. M자 탈모가 돋보이는 이마에 섬뜩한 눈빛으로 폭력을 휘두르는 모습은 SBS ‘신사의 품격’(2012년)의 젠틀한 이미지와는 전혀 상반된 모습으로 충격을 안겼다.
-‘7년의 밤’이 크랭크업 후 2년 만에 빛을 보게 됐는데 소감은.
“시사회 때 완성본을 처음 봤다. 그 전에 다른 버전의 완성본을 봤는데 그 때 보다 드라마가 확실히 많아진 것 같다. 어떤 버전이 선택될지 궁금했는데 최종본을 보고 나니 여한이 없었다. 해볼 수 있는 건 다 해본 건 같다. 나름대로 만족한다.”
-여태까지 연기한 캐릭터 중 가장 강렬한 것 같다. 이 캐릭터의 파급력에 대해서는 생각한 적 없나.
“파급력을 의식할 겨를이 없었다. 내가 그리는 오영제는 굉장히 샤프하고 전형적이고 사이코패스의 느낌이었다. 다만 감독님은 오영제를 소설과는 다르게 그리고 싶어했다. 시골 마을의 사냥꾼 같은 느낌으로 표현되기를 바라더라.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은 이미지를 생각하셨던 것 같다. 그러면서 캐릭터의 외형을 함께 얘기하다가 영화 속의 모습을 하게 됐다.”
-오영제를 어떤 캐릭터라고 생각하나.
“원작처럼 사이코패스는 아닌 것 같다. 나름대로 딸을 사랑한 아빠의 복수심을 품은 사람이다. 본인이 설계한 세계가 있는데 그걸 최현수(류승룡)이라는 사람이 파괴하게 된 것에 대한 분노를 느낀 사람이다. 오영제도 나름의 방식대로 가족을 사랑했던 사람 같다.”
-개봉이 계속 미뤄진 것에 대한 걱정은 없었나.
“문제가 있어서 그런 건 아니고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감독님의 열의와 완성도를 향한 집착에 가까운 욕심 때문이었으니까. 편집본만 해도 몇 개가 됐는지 모른다. 더 좋은 영화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개봉이 미뤄져서 답답하기보다는 익숙하지 않은 상황이라 차분히 기다렸다.”
-실제로 딸을 둔 아버지로서 아이를 학대하는 장면을 찍기 힘들었을 텐데.
“어떻게든 맞닥뜨려야 하는 장면이었다. 감정을 갖고 연기를 해야 하니까 어쩔 수 없이 상상에 의존하게 됐다. 다행히 이레(세령 역)가 나이는 어리지만 생각이 깊었다. 이 작품을 상당 부분 이해하고 있어서 연기하기 수월했다.”
-최근 들어 강인한 캐릭터를 자주 연기하는데.
“개인적인 취향이 많이 반영되는 것 같다. 좋아하는 영화들도 그런 작품들이라 선택했다. 사실 그런 역할들만 하는 건 아닌데 유독 눈에 많이 띄는 것 같다.”
-M자 탈모 스타일을 유지하느라 힘들었겠다.
“마치 수염을 미는 것처럼 매일 면도를 해야 했다. 안 그러면 하루만 지나도 까맣게 올라오더라. 가이드라인을 따라 매일 밀었다. 회복 기간만 몇 달이 걸린 것 같다. (웃음)”
-극 중 류승룡을 폭행하는 장면을 촬영하며 미안한 마음이 들지 않았나.
“구타 장면 같은 경우 방범용 플래시를 들고 때렸다. 실제로 그걸로도 세게 때리면 아프긴 하다. 그런데 류승룡이 전혀 불편해하는 내색이 없어서 편하게 때렸다. 내가 주저하는 것 같으면 ‘그렇게 하지 말라’고 하더라. 편하게 연기했다.”
-이 영화로 인생 캐릭터를 경신하고 싶은가.
“솔직히 그런 욕심이 많지는 않다. 연기를 잘했는지 못했는지를 떠나 이 작품이 내게는 가장 열심히 한 영화로 남을 것 같다.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다 했다.”
-최근 개봉작들이 흥행 성적이 좋지 않아 걱정될 듯하다.
“걱정된다. 흥행 스코어가 최우선이냐 아니냐를 이야기하기 전에 작품이 진짜 좋고 배우로서 만족했는데 영화가 손해를 보면 빛이 바라는 느낌이다. 그러지 않기 위해서는 상업적인 성공이 꼭 필요한 것 같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양지원 기자 jwon04@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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