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방문 마치고 벨기에 향하다 붙잡혀
푸지데몬 측은 “체포 피하지 않았다”
바르셀로나서 수천명 항의 시위… 긴장 고조
스페인에서 반역 혐의로 기소돼 수배 상태인 카탈루냐 독립운동 지도자 카를레스 푸지데몬 전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이 25일(현지시간) 독일 경찰에 의해 체포됐다.
독일 경찰은 성명을 통해 핀란드를 방문한 푸지데몬이 벨기에로 돌아가려던 도중 북부 슐레스비히홀슈타인주에 있는 덴마크-독일 국경 근처 도시 플렌스부르크 인근 A7 고속도로에서 경찰에 체포됐다고 전했다. 체포 근거는 스페인 대법원이 발행한 유럽체포영장이다. 푸지데몬은 최대 30년형에 처해질 수 있는 반란 및 선동 혐의를 받고 있다. 다만 푸지데몬이 당장 독일에서 스페인으로 추방되는 것은 아니고 독일 법원 판결을 거쳐야 한다. AFP통신은 푸지데몬이 26일 법원에 출석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스페인 대법원은 앞서 23일 푸지데몬을 포함해 국외에 체류 중인 카탈루냐 정치인 7명을 대상으로 새 영장을 발행했다. 하지만 푸지데몬은 24일 핀란드 경찰이 체포에 나서기 전 핀란드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푸지데몬 측은 애초부터 체포를 피할 의도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푸지데몬의 변호사 자우메 알론소-쿠에비야스는 “(푸지데몬은) 독일 경찰당국으로부터 적절한 처우를 받고 있으며 변호인단도 동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유럽체포영장이 처음 발행됐을 때도 푸지데몬은 스스로 벨기에 경찰과 법원의 호출에 응했다”라며 법정 다툼을 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스페인 대법원은 지난해 11월에도 같은 혐의로 푸지데몬에 대한 국제 체포영장을 발행했다가 한 달여만에 “혐의자들이 스스로 귀국할 의사를 보였다”라며 취소한 바 있다.
한편 카탈루냐 의회는 24일 푸지데몬과 조르디 산체스에 이어 세 번째 정부수반 후보로 입후보한 조르디 투룰에 대한 토론을 보류했다. 푸지데몬은 해외 체류 중이라 수반 출마를 포기했고 산체스는 스페인 당국이 구금한 상태였는데, 전날인 23일 투룰마저 구금됐기 대문이다. 이날 대법원이 푸지데몬과 투룰을 포함한 지도자 25명이 반역 혐의로 재판을 받아야 한다고 결정을 내린 이후 카탈루냐 중심 도시 바르셀로나에서는 시위대가 경찰과 충돌하는 등 긴장이 다시 고조됐다.
AFP통신은 푸지데몬의 체포 소식이 전해진 25일에도 “카탈루냐 독립파 시민 수천명이 바르셀로나 람블라스 거리에 모여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사무소로 행진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10월 분리독립 주민투표가 가결된 이후 카탈루냐 정국은 계속해서 표류하고 있다. 카탈루냐 의회는 지난해 12월 조기 선거를 치러 분리독립파가 다시 승리했지만 여전히 푸지데몬을 비롯한 독립파 지도자들 대부분이 스페인 당국에 의해 기소되거나 해외를 떠돌고 있어 정부 구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카탈루냐 의회는 5월 22일까지 자치정부를 수립하지 못하면 또다시 총선을 치러야 한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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