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원정 북아일랜드 평가전
좌우 측면 누볐지만 효과 못 봐
김신욱과 투톱도 시너지 없어
골 감각 못 살리고 1-2 역전패
전문가들 “골문 가까이 있어야”
2018 러시아월드컵에 나서는 축구 대표팀이 24일(이하 한국시간) 북아일랜드를 상대로 한 평가전과 28일 폴란드 평가전은 큰 의미를 가진다. 북아일랜드와 폴란드는 대표팀이 월드컵 본선에서 마주할 스웨덴, 독일과 비슷한 스타일을 추구한다. 따라서 본선 무대를 앞두고 경기력을 가늠할 수 있는 모의고사의 역할을 할 수 있다. 유럽 원정이라는 환경 역시 월드컵 본선과 비슷하다. 5월 14일 최종 출전 명단을 확정한 뒤에는 온두라스(5월 28일), 보스니아 헤르체코비나(6월 1일)와 각각 평가전을 치르지만 국내에서 열리는 경기이고, 두 팀 모두 월드컵에 나서지 않기 때문에 중량감이 떨어진다. 신태용호는 4개월 만에 유럽파를 소집해 ‘완전체’로 이번 유럽 원정 평가전에 임했다.
축구대표팀은 24일 북아일랜드 벨파스트 윈저파크경기장에서 열린 북아일랜드와 평가전에서 1-2로 역전패했다. 에이스 손흥민(26ㆍ토트넘)은 선발 출전해 후반 30분까지 그라운드를 누볐지만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고 침묵했다. 대표팀이 손흥민 활용법을 놓고 다시 고심에 빠지게 됐다.
신태용(49) 감독은 지난 19일 유럽 원정길에 나서기 앞서 손흥민을 두고 “포지션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머리 속엔 투톱을 우선적으로 구상하고 있지만 사이드에 있는 선수들이 괜찮다면 손흥민을 다른 포지션으로 돌릴 수 있고, 투톱으로 가더라도 처진 스트라이커로 갈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신 감독은 이날 평가전에서 손흥민을 다양한 포지션에서 뛰게 했다. 김신욱(30ㆍ전북)을 중심으로 손흥민을 왼쪽 측면 공격수에 놓았다. 이후 손흥민은 왼쪽 측면과 중앙, 오른쪽 측면을 오갔지만 아무런 효험을 얻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손흥민 활용법에 있어서 전술적인 아쉬움이 컸다고 입을 모았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손흥민은 대표팀 가운데 월드컵 본선에서 골을 넣을 확률이 가장 높은 선수”라고 강조했다. 3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5경기에서 7골을 폭발시킬 정도로 날카로운 골 감각을 가진 손흥민을 골잡이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말이다. 가장 단순한 해결책은 손흥민을 최대한 골문 가까이 두는 것이다. 한 위원은 “측면에서 뛰게 되면 아래쪽에서부터 공을 갖고 올라가야 하고 공격 전개 역할도 담당해야 한다”면서 “투 톱 공격수 중 한 자리를 맡겨서 상대 골문 가까이에서 움직이는 것이 득점 확률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손흥민을 최전방 공격수로 놓는다면 누구와 함께 발을 맞추느냐가 다음 문제다. 신 감독은 북아일랜드 평가전에서 김신욱을 손흥민의 파트너로 낙점했다. 하지만 김신욱은 최전방 양쪽에서 올라온 크로스와 문전 기회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국내 무대에서는 수월했던 공중볼 경합도 유럽 수비수를 상대로는 쉽지 않았다. 한 위원은 “상대 장신 수비수를 깨는데 꼭 장신 공격수를 넣을 필요는 없다”고 분석했다. 이어 “상대의 느린 순발력을 괴롭히고 전방에서 압박을 가해 공을 차단할 수 있는 공격 자원을 투입하는 게 더 낫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박문성 SBS 해설위원은 “현재 대표팀 전력이 특정 선수 한 명 중심으로 움직이기 보다는 전체가 유기적으로 돌아가야 한다”면서도 “손흥민을 중앙에서 활용하려면 토트넘의 크리스티안 에릭센(26)이나 델레 알리(22)처럼 짧은 패스를 찔러 줄 수 있는 자원을 배치하는 게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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