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 시 대피 동선 확보 위해”
서울교통공사가 2020년까지 서울 지하철 승강장 내 매점과 자판기를 모두 없애기로 했다. 비상 시 승객 대피 동선을 확보하기 위한 결정인데, 취약 계층으로 구성된 시설 운영자들과의 철거 협상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공사는 지난달 서울시의회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승객 공간과 동선 확보를 위한 승강장 비움과 통합’ 계획을 보고했다고 25일 밝혔다.
공사 관계자는 “매점과 자판기 때문에 통행이 불편하다는 승객 민원이 꾸준히 있었다”며 “무엇보다 이런 시설물 때문에 비상 사태 시 승객 대피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 승강장 주변을 단계적으로 정비하려고 계획 중”이라고 설명했다.
흔히 매점이라고 불리는 ‘통합판매대’는 지하철 승강장에 설치돼 신문, 스낵이나 음료, 잡화를 파는 장소를 가리킨다. 한 때는 출퇴근길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지만 종이 신문 독자층이 줄어든데다 역사 내에 통합판매대의 역할을 대체할 편의점, 제과점이 늘면서 급감하는 추세다. 현재 서울 지하철 1∼8호선엔 151개(공실 16개 포함)가 설치돼 있는데 10년 전인 2008년(228개)에 비해 33.8% 줄어들었다.
공사는 계약 기간이 끝나면 재계약을 하지 않는 방식으로 매점을 철거한다는 방침이다. 올해부터는 승강장 매점 운영자를 모집하는 공고도 내지 않는다. 올해는 우선 매점 25곳이 철거 대상이다. 계약 기간이 만료되거나 운영자 없이 비어 있는 곳이다. 이어 내년에 임대 계약이 끝나는 95개, 2020년에 계약이 만료되는 40개 매점이 차례로 없어진다.
하지만 공사와 취약 계층으로 이뤄진 시설 운영자간의 협의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 매점은 65세 이상 노인, 장애인, 한부모 가족, 독립유공자 가족 등 사회적 배려가 필요한 계층에게 우선적으로 임대하는 시설물이다. 재계약을 하지 않으면 이 일을 생계로 삼고 있는 취약 계층 운영자들이 반발할 가능성이 높다. 공사는 계약이 남아 있는 매점도 가능하면 승강장에서 대합실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역시 승강장이 대합실에 비해 승객들이 머무르는 시간이 훨씬 길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점 운영자들의 이전 동의를 얻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승강장에 놓인 자판기도 이전 대상이다. 서울 지하철에는 음료수 자판기 418대와 스낵 자판기 212대가 놓여 있다. 이 중 일부는 매점처럼 취약 계층이 운영하고, 일부는 민간 업체에서 맡고 있다. 공사는 이들 역시 계약이 만료되면 재계약을 하지 않는 방식으로 없애는 방법을 검토 중이다.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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