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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에 비친 세상] “흉기 휴대해도 범죄 의도 증명돼야 처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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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에 비친 세상] “흉기 휴대해도 범죄 의도 증명돼야 처벌”

입력
2018.03.25 14:13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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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준 기자
신동준 기자

고모(27)씨는 지난해 6월 회칼과 식칼 두 자루를 경남 진주시 한 시장에서 구입해 차량으로 배회하다가 교통경찰 단속에 걸렸다. 운전대를 잡은 고씨 후배가 안전벨트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고씨는 “한 번만 눈감아 달라”는 부탁을 거절 당하자 무릎 위에 올려둔 흉기를 경찰관에게 보여주며 욕설을 퍼부었다. 이어 차에서 내려 경찰관을 뒤따라가며 흉기를 겨눴고, 제지하려던 다른 경찰관에게도 흉기를 찌를 듯이 협박했다. 고씨는 특수공무집행방해와 폭력행위처벌법 위반(흉기휴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법원은 “고씨가 위험한 물건을 휴대해 정당한 직무를 집행하는 교통 경찰관들을 협박했다”며 징역 1년 6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2심인 창원지법 형사항소부도 두 혐의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다만, 실제 인명피해가 없고, 고씨가 반성하는 점을 들어 형량을 6개월 줄인 징역 1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특수공무집행방해죄는 인정되지만 흉기 휴대죄는 무죄 취지로 판단해 원심을 깨고 사건을 창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흉기 등 소지만으로 폭력행위처벌법에 규정된 범죄에 쓰일 것으로 추정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고씨의 공소사실에 어떤 범죄에 사용할 의도로 흉기를 휴대했는지 적혀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고씨가 흉기 소지 경위를 두고 가정환경 등으로 처지를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흉기를 구입했다는 진술을 했을 뿐이며, 기록을 봐도 폭력행위처벌법상 범죄를 실제로 범할 의도가 있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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