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경질하고 후임에 대표적인 신보수주의자(네오콘)인 존 볼턴 전 유엔주재 미국대사를 임명했다. 열흘 전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을 전격 경질하고, 대외 강경파인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기용한 데 이어 또 한 명의 매파 인사를 등장시킨 것이다. 폼페이오 국무장관 지명자-볼턴 보좌관-니키 헤일리 유엔 대사로 이어지는 ‘슈퍼 강경파 3각 체제’가 완성됐다는 말까지 나온다.
초강경 매파들로 채운 미국 안보라인의 재편은 4월 남북 정상회담과 5월 북미 정상회담 등 한반도 정세를 뒤흔들 대형 이벤트들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우려와 불안을 키운다. 특히 폼페이오와 볼턴 등 강경파의 잇따른 기용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외 기조가 대화와 타협 대신 압박과 제재를 통한 힘의 외교 쪽으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보인다. 때문에 자칫 북핵 대화 국면에서 예기치 않은 파란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볼턴 신임 보좌관은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대외 정책을 좌지우지한 네오콘의 대표주자다. ‘미국은 제국’이며 스스로를 ‘제국주의자’라고 부르는 네오콘은 유엔 등 국제기구가 아닌 미국 단독의 힘의 외교를 주창한다는 점에서 정통 보수주의와도 결이 다르다. 부시 행정부에서 국무차관, 유엔대사 등을 지낸 볼턴은 적극적인 군사개입을 주장하며 이라크전의 정당성을 옹호한 바 있다.
북한에 대해서도 그는 적대적인 입장이다. 2003년 북핵 협상 당시 미국 대표단에 포함된 그는 “폭군 같은 쓰레기” “북한의 삶은 지옥 같은 악몽”이라며 김정일 위원장과 북한 사회를 원색적으로 비난했다가 북한의 반발을 사 대표단에서 제외됐다. 볼턴 보좌관은 최근까지도 대북 선제 공격 필요성을 강조하고 “비핵화에 대한 경제적 대가는 없다”며 일방적 핵 포기를 주장하는 등 강경발언을 이어 왔다.
우리로서는 초강경 매파의 미국 안보라인 장악이 의미하는 바를 정확히 헤아려야 하는 비상한 상황이다. 볼턴 보좌관의 등장에 대해 “북미 정상회담을 주도하는 사람은 트럼프 대통령”이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 평가절하한 청와대 관계자의 발언은 안이하고 무책임하다. 미국과 중국이 전례 없이 격렬한 무역전쟁을 벌이는 와중이어서 미중 관계 악화가 북핵 국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단하기조차 어렵다.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일체 언급하지 않고 있는 북한 역시 대미 비난 수위를 다시 높이는 등 최근 분위기가 결코 녹록지 않다는 점을 정부 당국은 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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