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 주석 묘에 헌화ㆍ살던 곳 찾아
미래협력 다짐하며 이틀째 행보
꽝 주석 “무술년 첫 외국 국빈”
문 대통령 “베트남은 중요” 화답
문재인 대통령은 베트남 국빈 방문 이틀째인 23일 양국이 얽힌 과거사에 유감을 표시하는 동시에 미래협력을 다짐하며 다양한 정상외교 활동을 펼쳤다. 베트남 국부로 추앙 받는 호찌민 주석 묘에 헌화하고, 호 주석이 죽기 전까지 살던 거소(居所)를 쩐 다이 꽝 국가주석과 함께 찾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일정을 하노이 시내 호 주석 묘소 헌화로 시작했다. 이어 주석궁에서 열린 국빈 방문 공식 환영식과 정상회담에 참석했다. 꽝 주석은 “베트남의 무술년 첫 외국 국빈”이라는 말로 문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에 의미를 부여했다. 베트남에서는 음력설 뗏(Tet) 기준 새해 첫 손님이 그 해의 운을 결정한다고 믿을 정도로 첫 손님을 중시한다. 한국 정상을 첫 국빈으로 모실 정도로 양국 관계를 중시한 것이라는 설명도 나온다. 문 대통령도 회담에서 “올해 첫 번째 순방국으로 베트남을 (지난해 11월에 이어) 다시 방문하게 돼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며 한국 역시 베트남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이 정상회담에 이어 응웬 푸 쫑 공산당 서기장 면담 일정을 마친 뒤 양국 정상은 다시 호 주석 거소에서 만났다. 1958년 완성된 2층 목조건물인 거소는 호 주석의 검소함과 도덕성을 상징하는 곳이다. 꽝 주석은 “베트남 전체 국민들에겐 호 주석의 도덕과 생활모습 따라 배우기 운동이 있다”고 소개했다. 문 대통령은 “이 세상 정치인들이 호 주석의 정신을 본받는다면 부패라는 것이 없어지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방명록에 ‘국민과 함께 살고, 함께 먹고, 함께 일한 호찌민 주석님의 애민정신을 마음 깊이 새깁니다’라고 적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베트남전쟁 관련 양국 과거를 ‘불행한 역사’라고 표현하며 유감의 뜻을 표했다. 2001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전쟁 관련 고통을 언급하며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했고,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은 “우리 국민은 마음의 빚이 있다”고 했던 발언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유감이라는 표현이 지난해 11월 문 대통령이 한 ‘마음의 빚’ 표현에서 진전된 것은 아니고, 공식 사과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미국 등 다른 참전국 입장이나 베트남 정부의 전쟁 평가 관련 조심스러운 태도를 고려해야 하는 한국 정부 상황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거듭된 과거사 유감 표명을 양국 관계 진전으로 이어가자는 뜻도 분명히 했다. 이날 정상회담에서 베트남전 최대 격전지였던 중부지역을 중심으로 지뢰 및 불발탄 제거, 병원 운영, 학교 건립 등 협력 확대 방안을 제기한 것이 대표적이다.
하노이=정상원 기자ㆍ정민승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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