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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영의 펭귄뉴스] 하늘을 나는 펭귄이라고? 내 이름은 가마우지예요!

입력
2018.03.23 16:0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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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형 몸체.검고 흰 깃털 등

외형 비슷해 펭귄과 자주 혼동

멸종 큰바다쇠오리는 더 닮아

외형이 비슷해 혼동을 일으키는 남극가마우지(왼쪽)와 턱끈펭귄(오른쪽). 극지연구소 제공
외형이 비슷해 혼동을 일으키는 남극가마우지(왼쪽)와 턱끈펭귄(오른쪽). 극지연구소 제공

“하늘을 나는 펭귄을 봤어요!”

남극 세종기지에서 일을 하다보면 동료 과학자들로부터 이런 제보를 받을 때가 있다. 그런데 그들이 봤다는 하늘을 나는 펭귄에 대한 묘사를 듣다 보면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 눈 주위가 하늘색이고 눈과 부리에 노란색 무늬가 있다는 거다. 이럴 땐 “남극가마우지를 보셨군요. 펭귄과 꽤 닮아서 저도 가끔 헷갈립니다” 라는 말로 상대를 다독거린다. 하지만 괜한 위로의 거짓말은 아니다. 멀리서 보면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시 봐야 할 만큼 몸집의 크기도 비슷한데다 깃털색도 유사하다.

펭귄과 가마우지는 분류상 멀리 떨어져 있지만, 둘 다 잠수를 할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가마우지는 하늘을 날 수 있지만 펭귄과 마찬가지로 물 속 생활에도 능하다. 따라서 공기와 물의 마찰을 줄일 수 있도록 몸체가 유선형을 띠게 되었다. 또한 물속에서 먹잇감이나 포식자로부터 쉽게 노출되지 않도록 검고 흰 깃털이 턱시도처럼 선명한 대비를 이룬다. 이처럼 계통적으로 먼 종들이 오랜 세월 비슷한 환경에 적응한 결과 유사한 형태를 나타내는 것을 가리켜 생물학에서 ‘수렴진화(Convergent evolution)’라고 부른다.

미국 드렉셀(Drexel)대학에 보관된 큰부리바다오리의 박제. 위키미디아 코먼스
미국 드렉셀(Drexel)대학에 보관된 큰부리바다오리의 박제. 위키미디아 코먼스

펭귄을 비슷한 외형을 가진 새는 북반구에도 있었다. 약 200년 전, 영국과 아이슬란드 인근 북대서양 바다에 살았던 ‘큰바다쇠오리’는 남극가마우지보다 더 펭귄을 닮았다. 큰부리바다오리, 코뿔바다오리와 가까운 도요목 바다쇠오리과에 속해 있지만, 펭귄과 마찬가지로 잠수에 특화된 바닷새였다. 펭귄처럼 날개를 이용해 물속에서 추진력을 얻는데 사용했다. 검고 흰 깃털에 곡선형 몸매에 두툼하고 긴 부리는 지금의 펭귄과 꼭 닮았다. 지구의 반대편에 떨어져 오랫동안 살아왔지만, 수렴진화를 거치며 두 종은 상당히 비슷한 생김새를 갖게 되었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펭귄(Penguin)이 본래 큰바다쇠오리(Great auk, Pinguinus impennis)를 지칭하는 이름이었다는 점이다. 정확한 어원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머리 부분의 흰 색 무늬를 보고 ‘머리(pen)’가 ‘하얗다(gwyn)’는 뜻의 웨일스어에서 유래되었다는 설도 있다. 프랑스 조류학자 브뤼송이 1760년 큰바다쇠오리를 ‘Le Grand Pingouin’이라고 명명하였고, 속명인 ‘Pinguinus’에서 알 수 있듯이 당시 유럽인들은 이 새를 펭귄이라고 칭했다. 하지만 날지 못하는 점 때문에 16세기 무렵부터 깃털과 고기를 얻으려는 유럽인들에게 쉽게 사냥을 당했으며, 점차 숫자가 줄어들어 결국 1844년 6월 3일 박제표본을 위해 수집된 뒤 더 이상 발견되지 않았다.

1884년 1월 발행된 미국조류학회지 ‘아우크(Auk)’의 표지에 그려진 큰바다쇠오리. 미국조류학회(AOU)제공
1884년 1월 발행된 미국조류학회지 ‘아우크(Auk)’의 표지에 그려진 큰바다쇠오리. 미국조류학회(AOU)제공

그 사이 남반구의 바다를 항해했던 영국와 스페인 선원들은 큰바다쇠오리를 닮은 바닷새를 발견하고 이를 같은 새라고 생각해 펭귄이라 불렀다. 결국 그 남반구의 바닷새가 공식적으로 펭귄이란 이름을 얻었고, 큰바다쇠오리는 전 세계에 80여점의 박제로 박물관에 남게 되었다. 이후 인간에 의해 멸종된 대표적인 동물로 대중에 널리 알려졌고, 미국조류학회는 큰바다쇠오리의 멸종을 기억하기 위해 1884년 1월부터 발행하는 잡지 이름에 바다쇠오리라는 뜻의 ‘아우크(Auk)’를 붙였다.

이원영 극지연구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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