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택 주변 종일 지지자 없이
MB정부 인사 20여명 발길
23일 자정 서울 강남구 논현동, 상기된 표정의 이명박 전 대통령이 검사 및 수사관들과 함께 집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지금 그의 신분은 전직 대통령이기 이전에 범죄 혐의로 구속의 필요성이 인정돼 영장이 발부된 구속 피의자.
이 시간부터 그는 1982년 이래 대통령 재임 기간(2008~2013년)을 빼고 31년간 살아온 1,023㎡(309평) 대저택을 떠나, 두세 평 넓이에 불과한 구치소 독방에서 살아야 하는 인생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청와대 경호실과 경찰의 경호ㆍ경비도 받을 수 없고, 수사관 또는 교도관들의 호송을 받아야 한다.
집 밖에서 이 전 대통령은 엷은 미소를 띤 채 도열한 측근들과 악수를 했고, 이내 착잡한 미소로 집 앞에 대기하고 있던 검찰 호송차량에 올랐다. 17분 뒤 호송차량은 송파구 문정동 동부구치소에 도착했다. 불과 11년 전 대선에서 당시까지 사상 최대 표 차로 압승을 거두며 지고(至高)의 자리에 오른 제17대 대통령 이명박이 구속 피의자로 구치소에 수감되는 순간이었다.
이 전 대통령 자택은 22일 종일 쓸쓸한 분위기였다. 이른 아침부터 해가 질 때까지 지지자들의 응원이나 방문은 없었다. 5년 전 대통령 임기를 마치고 논현동 사저로 돌아올 당시 진을 치고 환영하던 1,000여명의 주민들은 흔적도 찾아볼 수 없었다. 지난해 3월 ‘박사모(박근혜를사랑하는모임)’ 회원 등 지지자 수백 명이 몰린 삼성동 박근혜 전 대통령 자택 앞과 비교해도 초라하기 이를 데 없었다. 대신 ‘MB를 구속하라’는 현수막이 여기저기 걸려 있었다.
오후 들어 MB 정부 시절 국무총리를 지낸 김황식 전 총리를 시작으로 맹형규 전 행정안전부 장관, 이동관 전 홍보수석, 친이계 전ㆍ현직 의원 등 측근 20여명이 모습을 나타냈지만 4m 높이 자택은 적막감이 감돌았다.
긴장감이 감지되긴 법원도 마찬가지. 박범석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판사는 오전부터 검찰이 제출한 수사기록과 이 전 대통령 변호인단이 제출한 의견서를 꼼꼼히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오전 10시30분에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이 예정됐지만 이 전 대통령이 출석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는 바람에 법원은 서류심사만으로 구속영장 발부 여부를 판단하기로 결정했다.
통상 서울중앙지검에서 구속수사를 받는 피의자는 서울구치소(경기 의왕시)에 수감되지만, 이미 구속된 측근들과 박 전 대통령이 수감돼 있어 이 전 대통령은 동부구치소 수감으로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의 비선실세 최순실씨,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도 수감돼 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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