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이 22일 밤 구속 영장이 발부돼 서울동부구치소에 수감됐다. 개인적으로는 씻을 수 없는 불명예지만 법리적으로는 당연한 귀결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명의 전직 대통령이 수감된 모습을 보는 국민들의 심정은 참담하다. 하지만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법치주의의 원칙을 되새기는 기회가 됐다.
서울중앙지법 박범석 영장전담 판사는 “주요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인멸 우려가 있어 구속 의 필요성, 상당성이 인정된다”며 구속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범죄사실이 심각한 데다 대부분의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 구속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검찰 수사를 통해 상당한 증거가 확보됐고 관련자들도 구속된 상태여서 영장 발부는 예상돼 왔다. 증거의 원천이 이 전 대통령이 수족처럼 부리던 참모들의 진술이라는 점에서 논란의 여지도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죄질과 그 동안의 태도를 고려하면 사필귀정이란 말로도 부족하다.
이 전 대통령에게 적용된 혐의는 과연 대통령의 직위에서 그런 짓을 저지를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상상을 초월한다. 공사 수주나 인사청탁ㆍ공천 등을 둘러싼 돈 거래는 파렴치범들의 수법과 다를 바 없다. 특히 다스 실소유주이면서 수십 년을 속여온 행태는 비난 받아 마땅하다. 분식회계 등을 통해 조성한 비자금이 수백 억 원에 달하고 그 돈은 선거비용 등에 충당됐다. 검찰 말대로 2007년 대선 당시의 검찰과 특검 수사에서 이런 사실이 드러났으면 당선무효가 됐을 사안이다.
그런데도 이 전 대통령은 국민을 기만한 데 대해 석고대죄해도 모자랄 터에 ‘정치보복’이라는 주장만 반복하고 있으니 딱할 노릇이다. 영장실질심사 직접 참석을 거부해 서류심사로 구속 여부를 결정한 것도 정치보복 프레임을 강화하려는 ‘꼼수’에서 나왔다고밖에 볼 수 없다. 법에 보장된 방어권을 활용하려는 게 아니라 정당한 사법절차를 방해하려는 의도다. 정치보복을 핑계로 지난해 말부터 재판을 거부해 온 박근혜 전 대통령과 판박이인 셈이다.
이 전 대통령의 구속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국정원과 군 사이버사령부의 대선개입 사건 최종 윗선 규명을 위해서는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직접조사가 불가피하다. 영포빌딩에서 나온 사법부와 정치권, 종교, 문화예술계 등 수천 건의 사찰 의혹 문건도 진상을 밝혀내야 한다. 무엇보다 이 전 대통령의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 법정에서라도 의혹을 소상히 밝히고 국민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하기 바란다. 자신을 뽑아준 유권자들의 상처라도 달래줘야 하지 않겠는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