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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P 금융 커지는데… 투자자 방패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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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P 금융 커지는데… 투자자 방패가 없다

입력
2018.03.23 03:0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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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P 누적 대출액 2조822억원

작년보다 규모 3배 이상 늘어

투자처 확대ㆍ제도권 금융 협업…

시장 성장 불구 부실률은 상승

P2P 업체 누적 대출액. 신동준 기자
P2P 업체 누적 대출액. 신동준 기자

돈을 빌리는 사람과 빌려 주는 사람이 인터넷을 통해 직접 거래하는 개인간(P2P) 금융의 누적 대출액이 처음으로 2조원을 넘어섰다. 저금리 시대에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들은 신용대출 이외에도 부동산, 문화 등 다양한 P2P 투자 상품으로 흘러가고 있다. 이처럼 몸집이 커지고 있지만 투자자 보호는 여전히 법의 사각지대여서 선의의 피해도 우려된다.

22일 한국P2P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P2P 누적 대출액은 전월 대비 7.5% 늘어난 2조822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1년 전(6,275억원ㆍ40개사)에 비해 3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P2P금융이 급성장하고 있는 것은 대출자 입장에선 저축은행보다 금리가 낮고, 투자자 입장에선 은행 예금보다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김준태 P2P금융협회 사무국장은 “저금리 기조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투자자들이 연 10% 이상의 수익이 나고 안정적 투자가 가능한 P2P금융으로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P2P 전문 연구기관인 크라우드연구소에 따르면 지난달 평균 수익률은 15.34%에 달했다. 시중은행의 적금 금리(연 3%대)와 비교하면 5배의 수익률이다.

특히 이들은 제도권 금융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은 틈새 시장을 파고 들며 매년 덩치를 배 이상 키워왔다. 실제로 지난달 P2P 부동산 건축 자금 대출(프로젝트 파이낸싱ㆍPF)은 지난해 같은 기간(2,648억원)의 3배인 7,048억원으로, 전체 누적 대출액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부동산 담보(5,466억원) 기타 담보(4,317억원) 신용대출(3,990억원) 등은 그 뒤를 이었다.

아이돌 가수의 콘서트 자금, 미술품 담보 상품 등 이색 투자처에도 자금이 몰리고 있다. P2P업체 ‘8퍼센트’가 지난해 12월 말 업계 최초로 출시한 뮤지컬 투자 상품에는 1,620명이 뛰어 들었다.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모집된 ‘문재인펀드’도 P2P금융을 통해 이뤄졌다. 당시 연 3.6%라는 다소 낮은 금리에도 불구하고 329억원의 자금이 1시간 만에 마감됐다.

최근에는 제도권 금융과 협업 가능성도 보여 줬다. IBK기업은행이 지난달 P2P업계 1위 테라펀딩과 손잡고 출시한 P2P연계 사모펀드는 판매 개시 10일 만에 목표치인 50억원의 투자금을 모집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은행에서 판매하고 모집된 자금을 P2P업체의 상품에 투자하고 원리금을 수취하는 방식으로 안전성을 담보했다”며 “향후 매월 추가 모집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예금자 보호 대상서 제외 돼

투자자 보호 법안 마련 시급

그러나 풀어야 할 숙제도 적잖다. P2P 금융의 뇌관으로 꼽히는 부실률(90일 이상 장기연체)은 지난달 말 3.71%로, 전월 대비 1.22%포인트 올랐다. 이런 상승폭은 2016년 11월(0.48%) 이후 가장 큰 것이다. 특히 부동산 PF에서 연체 문제가 터질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높다. 신용도가 낮아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한 건축업자들이 P2P 업체의 문을 두드리고 있지만, 지방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기 시작하며 대규모 연체나 부실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전반적으로 시장 금리가 올라가고 부동산 규제가 강화되는 상황에선 (P2P투자) 위험성이 더 높아질 수 있다”며 “투자자는 고수익엔 고위험이 따른다는 사실을 숙지하고, 업체도 위험을 충분히 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P2P금융협회에 따르면 협회 소속 회사 중 현재 부실률이 10%를 넘는 3곳은 모두 부동산 투자 전문 업체였다. 부동산PF대출 전문 P2P업체 ‘빌리’의 경우 지난해 7월까진 부실률이 7.8%였지만 지난달엔 28.56%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아직까진 P2P관련 법이 없어 당국이 업체를 직접 관리ㆍ감독할 근거도 없다. 자체적으로 구성한 P2P금융협회에서 자율 규제를 하고 있지만 200여개의 업체 중 협회에 가입한 곳은 64개에 불과하다. 금감원 관계자는 “제도권 금융이 아닌 P2P업체의 투자 상품은 예금자 보호대상이 아니어서 차입자가 원리금을 갚지 못할 경우 투자자들이 직접적인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투자자 보호를 위해선 법안부터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수민 바른미래당 의원이 P2P금융을 ‘대부업’이 아닌 ‘온라인대출거래업’으로 분류하고, P2P대출 투자자(대출자) 보호 및 P2P업체의 배상책임 강화 등 법적 장치를 마련하는 내용이 담긴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민 의원이 ‘미투(#Me Too) 운동’의 파장에 휘말리며 P2P입법 추진 동력이 상실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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