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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ㆍ중 무역전쟁] 미국, 600억 달러 규모 무차별 관세 패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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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ㆍ중 무역전쟁] 미국, 600억 달러 규모 무차별 관세 패키지

입력
2018.03.23 03:07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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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제품에 ‘관세 폭탄’ 던진 美

겉으론 ‘中 지재권 침해’ 들었지만

3752억 달러 무역적자 감축 의도

中 기업들 미국내 투자 제한으로

AI 등 첨단 기술 주도권 다툼도

동맹국 전열 정비로 무역戰 대비

유예 기간 둬 ‘타협 출구’는 남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 워싱턴에서 열린 공화당 의회 위원회 연례 만찬행사에 참석해 연설을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 워싱턴에서 열린 공화당 의회 위원회 연례 만찬행사에 참석해 연설을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들어 끊임 없이 제기돼왔던 미국과 중국간 무역 전쟁이 결국 막을 올렸다. 대선 후보 시절부터 중국의 불공정한 통상 관행과 천문학적 대중 무역 적자 규모를 성토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위협적인 수사를 넘어 중국을 직접 겨냥한 무역 제재의 칼날을 뽑아 들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내놓은 대중 무역 제재 조치는 취임 2년차 들어 가속화해 온 통상 압박 드라이브의 정점으로 평가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달 초 발표한 수입산 철강 및 알루미늄에 대한 고율 관세가 전초전 성격이라면, 600억 달러에 달하는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부과는 그야말로 전면적인 폭격이다. 지난해 미국에 수입된 철강ㆍ알루미늄은 460억 달러 규모지만, 중국 수입품은 5,056억 달러에 달한다. 미국은 중국에 1,304억 달러만 수출해 대중 무역수지 적자가 3,752억 달러다.

지식 재산권 침해에 대한 책임을 내세워 관세 부과 방침을 결정했지만, 고율의 관세로 중국산 수입을 억제해 천문학적 규모의 대중 무역 적자 규모를 줄이려는 게 미국의 실제 의도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서명식에서 “대중국 무역적자는 단일 국가 대상으로 최대 규모이며 통제가 불가능한 수준”이라며 “연간 1,000억 달러로 줄이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베트남이나 방글라데시의 저가 제품이 중국산 수입품을 대체해 미국의 무역 적자가 줄지 않을 것이란 회의적 시각도 여전하다.

미국의 대중 제재는 인공 지능이나 모바일 기술 등 첨단 기술 분야의 주도권 싸움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 중국이 미국 기업 인수 등을 통해 맹렬하게 추격해오는 상황에서 아예 중국의 미국 내 투자를 제한해 첨단 기술 확보 루트를 막겠다는 것이다. 중국계 기업들의 공격적인 미국 회사 인수 뒤에는 첨단 기술이란 잿밥만 노리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는 것이다. 미국이 최근 싱가포르 회사 브로드컴이 모바일 칩 업체인 퀄컴을 인수하려는 시도를 금지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미국은 대중 무역 전쟁에 대비해 동맹국들의 전열을 재정비하고 있다. 철강ㆍ알루미늄 관세 부과로 유럽연합(EU) 등 동맹국들과 갈등을 빚었지만 한국을 포함해 EU, 호주, 브라질 아르헨티나를 관세 대상국에서 일단 제외해 유화적인 모습으로 돌아섰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는 22일 미 상원 청문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들 국가에 대한 관세 중단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를 중국과의 무역 전쟁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했다. 세계 각국이 미중 양 진영으로 갈라설 수 있는 상황에서 동맹국을 자극하지 않고 대중 무역 전선을 구축하려는 시도라는 것이다.

한반도 정세에선 미중간 대북 공조가 주목되는 부분이다. 미국은 그간 대북 제재의 키를 쥔 중국의 협조를 얻기 위해 무역 제재를 압박용 카드로만 활용해왔다. 그러나 미국이 이를 실전용으로 사용하면, 중국으로선 더 이상 미국에 협조하지 않고 대북 제재 대열에서 이탈할 수 있는 것이다.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중 갈등이 커지면 북한의 몸값이 더욱 올라갈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대한 관세 부과 방침을 밝히면서도 15일의 유예 기간을 둬 미국과 중국이 막판 타협점을 찾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하지만 대중 무역 적자 규모를 줄이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가 강해 양국이 일정 수준에서 접점을 찾더라도 출혈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증시와 금융시장이 불안정해지고 글로벌 공급망이 타격을 받아 세계 경제 성장에 악영향을 줄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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