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범 조직위원장은 스포츠 문외한이다. 경제 관료 출신으로 산업자원부 장관, 한국무역협회장, 한국경영자총협회장을 지낸 뒤 2014년 LG상사 고문을 맡았다. 2년 동안 평생 처음 여유롭게 경영자문 활동을 하던 중 2016년 5월 조양호(69) 전 위원장의 사퇴로 갑작스레 조직위를 맡았다.
-스포츠와 인연이 없는데, 조직위원장에 어떻게 발탁된 건가.
“나도 잘 모른다. 이석준 당시 국무조정실장이 전화를 걸어와 조직위를 맡아달라 하길래 못한다고 했다. 그런데 언론에 일방적으로 발표해 버리더라. 내 인생이 원래 좀 그랬다. 장관이나 협회장이 될 때도 ‘No, No’ 했지만 인사권자가 그냥 밀어붙였다. 공직에 있었던 사람의 숙명 같기도 하고···.”
-그래도 뭔가 역할과 능력 발휘를 기대했기 때문일 텐데.
“개인적으론, 결국 올림픽 마케팅 때문 아니었나 생각했다. 조직위에 와서 보니 올림픽 재정계획상 기업 후원 목표액을 9,400억원으로 설정했는데 잘 안되고 있더라. ‘기업 후원 유치를 위해 산자부장관 경력자가 필요했겠구나’라고 생각했다.”
이 위원장 취임 전 조직위는 ‘양입제출’ 원칙, 즉 수입을 계산한 다음 지출계획을 맞추는 원칙에 따라 세입ㆍ세출 각 2조2,000억원의 균형예산을 짰다. 이 때문에 수입이 없는 상태에서 하청대금이나 출장비도 지급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에 세입 2조5,000억원 세출 2조8,000억원의 적자 재정계획을 새로 짰다. 3,000억원이 모자랐지만, 기업 후원이 목표액을 초과(1조1,123억원)하고, 공기업 기부(1,335억원)가 늘어나 문제가 풀렸다. 덕분에 조직위는 조심스럽게 흑자를 예상할 수 있게 됐다. 최종 정산 결과는 6월께 나온다.
-조직위를 맡은 이후 국정농단 사태가 터지고 대통령이 탄핵되는 등 정치, 사회적 격변기를 보냈다. 올림픽 분위기 띄우고 조직위를 꾸려가는데 어려움이 많았을텐데.
“당시 조직위는 난파선 분위기였다. 국가적 행사에 홍보는 필수인데 2016년에는 기자회견도 못했다. 해봐야 먹히지도 않았을거고···. 2017년 4월 경기장별로 29개의 테스트 경기를 하고 난 뒤 외국 언론이 준비가 완벽하다는 반응을 보여 자신감을 가졌다. 사실 2014년 소치올림픽에 조직위 직원 200명을 파견해 대회 운영을 직접 보고 배웠다. 그러나 공무원들이 인사이동으로 자주 바뀌면서 개막 전에는 그 중 고작 2,3명만 남았다. 그야말로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 했다.”
2020년과 2022년 하ㆍ동계 올림픽을 치를 도쿄ㆍ베이징올림픽조직위원회는 평창에 각각 210명, 229명의 직원들 보내 대회 운영 전반을 샅샅이 살펴보고 돌아갔다. 평창 조직위도 1차로 33명의 직원을 베이징ㆍ도쿄조직위에 파견한다. 그만큼 대회 운영 경험과 노하우를 인정받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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