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불과 타협사이’ 고심 깊은 中
“권익 지키기 위해 필요한 조치”
농산물 보복 관세 카드 만지작
미국산 항공기 구매계약 파기 등
‘美관세 맞불’ EU 전략과도 연계
“기대 뛰어넘는 시장 개방할 것”
전면적 충돌 피하려 美 달래기도
미국의 대규모 ‘관세폭탄’ 투하에 직면한 중국이 즉각적인 보복 조치를 경고하면서 미중 간 ‘무역전쟁’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하지만 중국은 동시에 기대 이상의 시장개방을 약속하는 등 미국 달래기에도 나섰다. 직접적인 공세에는 맞대응하겠지만 가급적 전면적인 충돌은 피하겠다는 속내가 읽힌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2일 정례브리핑에서 “무역에서 완전한 대등을 추구하는 건 비현실적이고 일리도 없다”면서 “미국이 자기가 팔고 싶은 건 사라고 강요하면서 중국이 사고 싶은 건 거절하는 가운데 무역 불균형을 비판하는 게 과연 공평한 거냐”고 따졌다. 중국 상무부는 성명을 통해 “중국은 합법적인 권익 훼손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모든 필요한 조치를 통해 합법적인 권익을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이번 조치를 불합리하다고 규정하며 필요한 보복 조치에 나설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당장 중국이 보복카드로 검토하고 있는 건 콩을 위시한 농산품이다. 농업분야는 미국이 대중 무역흑자를 보고 있는 대표적인 분야이고,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지지기반이기도 하다. 실제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22일 사설에서 “세계 최대의 콩 생산국이자 수출국이었던 중국이 몇 년 새 최대 수입국이 된 건 보조금을 받는 미국산 수입콩 때문”이라고 적시했다. 중국은 지난해 146억달러(약 15조6,500억원) 상당의 미국산 콩을 수입했고 이는 대미 농산품 수입총액의 30%를 넘는다.
중국이 유럽연합(EU)의 전술을 모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EU는 미국의 철강ㆍ알루미늄 관세 부과에 맞서 리바이스 청바지와 잭 대니얼 위스키 등 다양한 미국산 소비재에 보복관세를 매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중국도 법ㆍ제도를 동원해 애플과 인텔 등 미국 기업들의 판매활동을 통제할 수 있는 것이다. 관영 환구시보는 최근 논평기사에서 “신규 도입할 항공기 제조사를 보잉에서 에어버스로 바꿀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2015년 방미 중 밝혔던 380억달러(약 40조7,360억원) 규모의 보잉 항공기 300대 도입 발언을 염두에 둔 경고다. 중국이 서비스 시장의 장벽을 높이거나 현재 보유중인 미국 국채를 단기간에 매각하는 방안, 위안화 가치를 의도적으로 평가절하하는 방안 등도 거론된다.
물론 시장개방 확대를 약속하며, 정면 충돌을 피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지난해 3,750억달러(약 402조1,800억원)에 달하는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가 관세폭탄 조치로 이어졌음을 의식하면서 전면적인 무역전쟁을 바라지 않음을 내비친 것이다. 장치웨(章啓月) 뉴욕 주재 중국 총영사는 전날 주미 중국 상공회의소 주최 행사에서 “올해 외국 기업과 투자자들의 기대를 뛰어넘는 더 많은 시장개방 조치가 도입될 것”이라며 “제조업 부문은 완전히 개방되고 금융ㆍ통신ㆍ의료ㆍ교육ㆍ노인요양ㆍ친환경차량 등의 시장개방도 대폭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의 시장개방 확대 약속이 무역전쟁을 막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달 초 류허(劉鶴) 부총리가 방미 기간에 이런 뜻을 전달했지만 미국은 그 실효성을 의심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니콜라스 라디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중국은 단순히 시장개방 확대라는 목표만 제시할 게 아니라 이를 어떻게 현실화하고 어떤 부문에 적용할지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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