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22일 문재인 대통령 개헌안 중 가장 관심이 높은 권력구조 부분을 공개했다. ‘대통령 4년 연임제ㆍ국무총리제 현행 유지’가 핵심이다. 이로써 세 차례에 걸친 대통령 개헌안 공개가 모두 끝났다.
문 대통령은 베트남ㆍ아랍에미리트 순방 기간 중인 26일 개헌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쪼개기 개헌안 공개로 여론몰이를 통해 야권을 최대한 압박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정치적으로 민감한 권력구조 분야다 보니 야권 반발이 어느 때보다 거세다. 자유한국당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분권형 대통령과 총리 국회임명제’를 거듭 요구했다.
이에 대해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권력구조 개편은 국민 시각에서 판단해야 한다”며 “4년 연임제는 다수 국민의 뜻”이라고 강조했다. 국회에 총리 선출권을 주는 것은 ‘분권’이라는 이름 아래 변형된 의원내각제를 대통령제로 포장한 것이며, 대통령과 총리가 정당을 달리하면 이중권력 상태가 계속돼 국정운영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틀린 얘기는 아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대통령제 지지율이 의원내각제를 압도하는 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이번 개헌안이 ‘제왕적 대통령 권한의 축소’라는 시대적 요구를 충실히 반영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문 대통령이 기본권ㆍ지방분권은 획기적으로 강화한 반면 권력구조 분야에선 권한 분산 의지가 미흡해 보인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당이 주장하는 ‘국회 총리 임명’은 대통령제의 근간을 부정하는 것이어서 여당은 물론 일부 야당도 동의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정의당이 제안한 ‘국회 총리 추천’은 책임총리제의 취지를 살린다는 측면에서 절충이 가능해 보인다. 더욱이 이번 개헌안은 국가원수 지위 삭제, 사면권 제한, 감사원 독립 등 대통령의 인사권, 예산권, 감사권을 축소하는 내용도 적잖이 담고 있다. 여야가 머리를 맞댄다면 굳이 의원내각제가 아니라도 대통령의 권력 남용을 실질적으로 막는 장치들을 강구할 수 있다고 본다.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해도 4월 말까지 국회가 합의하면 6월 지방선거와 동시 투표가 가능하다. 여야는 대통령 발의가 개헌 논의의 촉매제가 되도록 합의안 마련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럼에도 한국당이 여당을 제외한 4당만의 협의체를 제안하고, 민주당이 ‘딴죽 걸기와 방해’라며 반발하는 것은 실망스럽다. 여야는 불필요한 형식 논란에 매달리지 말고 실질적 논의가 가능한 개헌협의체를 빨리 구성하기 바란다. 지금은 ‘국회 중심의 개헌’을 행동으로 보여 줘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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