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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ㆍ덴마크 나가라” 그린란드 조기 총선 커지는 반미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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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ㆍ덴마크 나가라” 그린란드 조기 총선 커지는 반미 목소리

입력
2018.03.22 18:18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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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자치 의회 ‘미니 선거’

美 본토방위 핵심 기지 주둔

공군 기지 보수계약 바꾸면서

“그린란드 경제에 큰 타격” 분석

中 자원개발 기업들은 되레 투자

그린란드 북서쪽에 위치한 ‘툴레 미 공군 기지’ 내 미사일 탐지 조기경보 레이더 스테이션. 미 공군 제공ㆍ비즈니스 인사이더 캡처
그린란드 북서쪽에 위치한 ‘툴레 미 공군 기지’ 내 미사일 탐지 조기경보 레이더 스테이션. 미 공군 제공ㆍ비즈니스 인사이더 캡처

북극 바로 아래 위치한 그린란드. 남한 면적의 17배(216만㎢)에 달하는 세계 최대 섬이지만, 거주인구는 5만5,860명(2017년 1월 기준)에 불과하다. 영토의 80% 이상이 얼음으로 뒤덮여 있는 ‘동토(凍土)의 땅’이다. 그래도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이 곳에서도 정치는 존재하며, 주민 대표를 선출하는 선거도 어김없이 치러진다. 물론 자치 의회 의석은 고작 31석, 투표소도 딱 한 곳뿐인 ‘미니 선거’다.

이런 그린란드의 다음달 24일(현지시간) 조기 총선 결과에 초강대국인 미국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실 미국뿐 아니라 세계 주요국들은 이전부터 원유(전 세계 매장량의 13%)와 천연가스(30%), 리튬, 우라늄, 희토류 등 막대한 광물 자원을 보유한 그린란드에 눈독을 들였지만, 이번에는 사정이 좀 다르다. 그린란드의 지정학적 위상, 특히 군사ㆍ안보적 중요성이 보다 더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워싱턴의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 따르면 그린란드 북서쪽에는 미국 본토 방위의 핵심인 군 기지가 있다. 북극에서 1,600㎞ 떨어진 ‘툴레 공군 기지’로 미국의 최북단 기지이기도 하다. 북한이나 러시아 등의 장거리 미사일 개발 위협으로 점점 더 중요성이 커지는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제’를 위한 레이더 조기경보 시스템도 이 곳에 구축돼 있다. 그린란드의 다른 공항과 항구도 미군의 북대서양 항공ㆍ해상 순찰 임무 수행을 지원하는 거점이 되고 있고, 러시아 핵잠수함을 겨냥한 수중 잠수함 탐지 시스템도 그린란드 해안에 배치할 수 있다. 한마디로 미군의 절대 가라앉지 않는 거대한 얼음 항공모함인 것이다.

문제는 최근 그린란드에서 미국의 위상에 변화 조짐이 감지된다는 점. 1721년 이후 덴마크 지배를 받은 그린란드는 1979년 제한적 자치권 인정에 이어 2009년부터는 외교ㆍ국방 정책을 제외한 나머지 사안들에 대해선 자치정부가 폭넓은 권한을 행사하는 중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주민의 88%를 차지하는 원주민 이누이트족의 ‘독립요구’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과 덴마크, 그린란드 3국 간 공동방위협정에도 미묘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뜻이다.

2014년 미 공군이 툴레 기지 유지보수 계약을 미국 방산업체인 ‘벡트러스’의 덴마크 자회사(엑셀리스 서비스)와 맺으면서 반미 정서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기존 방위협정에 따르면 군 기지 유지보수 업무는 덴마크나 그린란드에 기반을 둔 회사에만 맡길 수 있는데, 엑셀리스의 경우 페이퍼컴퍼니일 뿐이어서 자격이 없다는 게 그린란드 주민의 주장이다. CSIS는 “미군의 툴레 기지 유지보수 계약업체 변경은 그린란드 경제에 커다란 타격을 줬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그린란드 진출도 미국에는 불안 요인이다. 중국 자원개발 기업들은 ▦20억달러 규모의 철광석 광산개발(2015년) ▦희토류 광물 개발을 위한 광물ㆍ에너지 지분 매입(2016년) 등 그린란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중국의 거대 자본 유입은 그린란드에서 ‘덴마크, 미국의 위상 최소화’라는 결과를 낳는다는 게 CSIS의 분석이다. 그린란드에서 세계 주요 2개국(G2)의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사정들은 정치지형의 변화로도 이어지고 있다.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1가량을 덴마크로부터 원조 받아야 하기 때문에 현 집권세력(중도좌파 대연정)은 독립에 적극적이지 않지만, 급진 민족주의 우파 세력들은 생각이 다르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부 야당은 킴 키엘슨 현 총리에 대해 “덴마크와 미국을 상대로 그린란드의 이익을 밀어붙이지도 못하는 꼭두각시”라고 비난하면서 “그린란드에서 덴마크와 미국의 존재를 종식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한솔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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