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 정상회담 앞두고 탐색전
北측 주로 한ㆍ미 의견 청취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남북한과 미국의 전ㆍ현직 관료, 학자들이 핀란드에서 만나 탐색전을 벌였다. 연쇄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인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한 논의도 이뤄졌지만 북한은 별 입장 표명 없이 주로 듣는 편이었던 데다 전쟁 방지를 위한 신뢰 구축 방안이 주된 화제였다는 전언이다.
20~21일(현지시간) 핀란드 헬싱키 북부 반타에서 열린 남북미(南北美) 1.5 트랙(반관반민) 대화에서 3개국 대표단이 한반도 긴장 완화와 정상회담 성공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한국 측 참석자들이 22일 밝혔다.
한 참석자는 이날 본보와의 통화에서 “이번 대화가 북미 간 신뢰구축조치 관련 논의를 하는 용도로 애초 기획된 터여서 비핵화나 정상회담 이야기는 많이 나오지 않았다”며 “지금 남북, 북미 간에 신뢰관계가 없어 우발적 충돌 위험이 있다는 참석자들의 공감 하에서 핫라인(직통전화) 복원 등 가능한 조치에 대한 의견 교환이 주로 이뤄졌다”고 전했다. 그는 “비핵화 관련 북한 입장을 탐색해 보려 했으나 북측이 소극적이었다. 다른 의제들과 달리 한미 얘기를 청취하려 한다는 느낌이었다”고 덧붙였다. 북측은 비핵화 의지를 나타내거나 체제 보장 방안 등 비핵화 반대급부를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의제에 제한은 없었다. 한국 대표단 언론 창구인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본보에 “(비핵화와 정상회담까지) 포괄적으로 논의됐다”며 “분위기는 좋았고 (참석자들은) 솔직하고 유연했다”고 전했다.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석방 문제가 거론되기도 했지만, 북측은 “법과 원칙대로 하겠다”는 식의 원론적 답변만 내놨다고 김 교수는 밝혔다.
이번 대화는 애초 지난해 말 북미끼리 하기로 추진됐지만, 올 초 우리 측에도 참여 제안이 와 남북미 1.5 트랙 대화의 틀이 갖춰졌다는 게 참석자들 얘기다. 참석자들은 회의 종료 뒤 핀란드 정부 측을 통해 발표문을 내고 “긍정적 분위기 속에서 건설적인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회의에는 남북미에서 6명씩 총 18명이 참석했다. 우리 대표로는 김 교수와 신각수 전 주일대사, 신정승 전 주중대사, 백종천 세종연구소 이사장, 조동호 이화여대 교수 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원장, 김동엽 경남대 교수가 참석했고, 미국 측에선 캐슬린 스티븐스 전 주한 미국대사와 토머스 허버드 전 주한 미국대사, 북한 전문가 로버트 칼린 스탠퍼드대 연구원, 존 들루리 연세대 교수, 칼 아이켄베리 스탠퍼드대 교수 등이 참석했다.
북한에선 미국통인 최강일 외무성 북아메리카국 국장 직무대행이 미국연구소 부소장 자격으로 참여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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