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2일 “헌법 개정안의 내용은 대체로 한걸음 더 나아간 것들이다. 어차피 언젠가 가야 할 길”이라고 밝혔다. 대통령 헌법 개정안을 이미 공개한 이상 야당의 반대에도 정면돌파가 필요하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청와대와 보조를 맞추며 야당에 국회 개헌 협상 참여를 압박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베트남ㆍ아랍에미리트(UAE) 순방에 나서기 전 환송 인사들과 이같이 대화했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등이 개헌에 긍정적인 여론 분위기를 언급하자 문 대통령은 “대체로 국민들이 호의적으로 받아들여줘 다행”이라며 “국민들이 우리보다 앞서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사흘간의 발표를 마친 대통령 개헌안은 이날 심사를 위해 법제처로 송부됐다. 문 대통령은 추 대표에게 “개헌이라는 큰 짐을 맡기고 떠나게 됐다”며 “당과 미리 조문안을 맞췄으면 좋았을 텐데 성격상 그러질 못했다”고 양해를 구했다. 그러면서 “법제처 심사 과정에서 아직 수정 기회가 남아 있으니 한 번 보고 의견이 있으면 말해달라”고 문 대통령은 덧붙였다.
이날 오후 국회에서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의 예방을 받은 추 대표는 “시대변화를 제대로 반영한, 새로운 대한민국의 미래상이 담긴 개헌안”이라고 대통령 개헌안을 높이 평가했다.
민주당은 내부적으로 대통령 개헌안 공식 발의 이후를 본격적인 협상 개시 시점으로 잡고 있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26일 이후 ‘여야 5당 협의체’를 만들어 본격적인 개헌 협상에 들어갈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다만 여야 간 간극이 커 오히려 대통령 발의 시점인 26일을 기점으로 여야가 더 크게 충돌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다만 청와대는 일방통행식 개헌추진이라는 국회 내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협상의 여지를 남겼다. 진성준 정무기획비서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대통령은 합의를 기다리다 26일 개헌안을 발의하게 되지만 국회는 5월 초까지 시간이 있다”며 이때까지 국회 개헌안이 합의되면 대통령 발의안을 철회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국회 설득을 위해 대통령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대통령 국회 연설과 여야 지도부 초청 일정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