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국가원수’ 지위 빼고
총리의 권한ㆍ책임 확대 위해
‘대통령 명을 받아’ 문구 삭제
예산 법률주의ㆍ법률안 동의 등
정부에 대한 국회 통제권 강화
청와대가 22일 발표한 개헌안은 대통령 권한을 대폭 축소ㆍ분산해 제왕적 대통령제를 청산하겠다는 구상을 담았다.
우선 대통령의 국가원수로서의 지위가 삭제된다. 대신 국무총리의 책임과 권한은 대폭 커진다. 현행 헌법 제86조 2항은 ‘국무총리는 대통령을 보좌하며 행정에 관하여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 각부를 통할한다’고 돼 있으나, ‘대통령의 명을 받아’라는 문구를 삭제하도록 했다. 다만 총리 선출 방식은 대통령이 지명하고 국회가 인준하는 현재 절차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대통령 인사권도 축소된다. 현행 헌법상 대통령이 임명하는 헌법재판소장은 헌법재판관 중에서 호선하는 것으로 개정됐다. 대통령 소속인 감사원을 독립기관으로 분리시키는 것도 눈에 띈다. 다만 감사원의 회계감사권한을 국회 소속으로 이관해야 한다는 국회의 요구 수준에는 못 미쳤다. 감사원장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해온 감사위원 역시 대통령, 국회, 대법관회의에서 각 3명씩 뽑는 것으로 변경했다.
대통령의 사면권도 제한했다. 개헌안에 따르면 대통령이 특별사면을 명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사면위원회 심사를 거쳐야 한다. 현재 일반사면의 경우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 하지만, 특별사면은 통제 규정이 없다.
정부에 대한 국회 통제권도 확대된다. 우선 정부가 법률안을 제출할 경우, 반드시 국회의원 10명 이상의 동의를 받도록 했다. 국회의 예산심의권도 강화했다. 먼저 예산법률주의를 도입함으로써, 예산이 법률과 동일한 심사절차를 거치도록 했다. 이를 통해 국회의 정부 재정 통제력과 정부의 예산 집행 책임이 동시에 커질 것이라는 게 청와대 설명이다. 국회의 충분한 예산 검토를 위해 정부의 예산안 제출 시기도 현행 ‘회계연도 개시 90일 전’에서 ‘120일 전’으로 30일 앞당겼다. 국회 동의가 필요한 조약을 법률로 추가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대통령의 조약 체결ㆍ비준권에 대한 국회 통제도 강화했다.
한편 대통령의 직무 수행 불가 사유에 ‘질병 등’을 추가했다. 현행 헌법은 궐위ㆍ사고로 한정하고 있다. 또 새로 추가된 대통령 권한대행 개시절차에 따르면 대통령은 직무 수행 불가능 통보를 국회의장과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서면으로 통보한다. 대통령의 서면통보가 없으면 국무총리가 신청, 헌법재판소가 개시를 최종 판단한다. 대통령 권한대행은 직을 유지하는 동안 대통령 선거에 입후보할 수 없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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